오늘 토요일 오후가 지나면 일요일을 포함, 추석연휴 4일이 시작된다. 추석이 지나고도 내주 토요일까지 이틀반은 또 아무래도 연휴 후유증에 잠길 것이다. 결국 내주 한주일은 사실상 공치는 셈이 된다. 추석연휴도 그렇지만 이토록 오랜 공백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웬지 불안하기만 하다.
다른때 같으면 즐거워야 할 추석연휴가 되레 마음 무거운 것은 민생이 괴사(怪事)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탓이다. 당장 고유가의 장기화는 연내 배럴당 40∼5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사태가 예상된다. 이렇긴 하나 정부의 에너지정책부재가 화근을 더 크게 만들었다. 중동에 72%나 의존하는 수입선 다변화 실패, 무턱댄 소비자 가격인상의 안일한 시책으로 실물경제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데도 정부는 유류가 합리화, 인플레대책등을 애써 외면하며 느긋해하고 있다.
언제 또다시 오일쇼크를 맞을지 모르는 시책부재속에 장기연휴를 맞는 민생이 편할리가 없다. 의약분업분규로 인한 의료진파업은 해도 너무하지만 무능한 것이 정부다. 갈팡질팡 정견(定見)없는 의약분업으로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맞는 추석연휴가 의료소비자들에겐 오히려 불안할 지경인 것이다.
이리저리 불편하기만 한 민생속에 한빛은행 1천억원대 불법대출사건은 정말 짜증나게 만든다. 한결같은 세인의 의혹에도 실세의 핵심을 비껴간 단순사기극 결론은 국민들이 분노하다 못해 좌절감을 갖는다.
정기국회공전은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야당의 장외정치 구실을 만들어놓고 국회에 안들어온다고 매를 드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다.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소속의원을 ‘반당행위’로 매도하고 있다. 집권의 경직성으로 오로지 충성의 경쟁에 급급한 여당의 정치부재속에 추석연휴를 맞는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한반도에 새천년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남북관계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만이 국정의 전부는 아니다. 남북관계도 남쪽 사정이 국태민안해야 북측에 힘을 갖는다.
어느 정당, 어느 여당이든 오만한 정당에는 장래가 있을 수 없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둔 국민들이 이토록 우울한 추석연휴를 맞은 예는 일찍이 없었다. 권력에 자가도취하면 실상은 못보고 환상만 보인다. 환상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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