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판사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돼 있으며, 그리고 번영하고 있는 사회”라고 평가한 싱가포르는 이른바 ‘클린 앤드 그린(clean and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초질서 확립에 주력한 결과 맑고 깨끗한 환경의 보전은 물론 국가 청렴도도 상위 그룹에 들어가 있다. 이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반(反)사회적 행위에 대해서 아주 강경한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 물을 내리지 않은 경우 처음 적발되면 우리 돈으로 9만7천500원 정도 물지만 두번째는 65만원을 물어야 된다고 한다.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기초질서를 안지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통질서문화는 그래서 아마 세계 제1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의식은 낮아도 한참 낮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의경(義警)들이 교통단속을 할 때 “의경한테는 장관도 안통한다”거나 “의경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원리원칙대로’ 교통단속을 실시하는 의경은 가히 ‘거리의 판사’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 특히 힘있는 사람들에겐 ‘원리원칙’이 불편하고 무례한 것으로 비쳐졌는지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작년 6월부터 의경은 교통단속에서 손을 떼게 했다.

지난 6월 현재 의경 1천336명을 포함, 외근을 하는 교통경찰은 모두 4천985명이라고 한다. 1999년말 전국의 차량수가 1천300여만대라고 하니까 외근 교통경찰 한 사람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3천500대쯤 된다.

의경편에서 생각하면 거리에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고 인심만 잃는 일이겠지만 교통경찰 인력이 보강될 때 까지만이라도 교통단속에 의경이 다시 투입됐으면 좋겠다. 강경한 법을 집행, 기초질서를 확립한 싱가포르가 생각나고 우리나라 교통질서가 하도 엉망이어서 하는 이야기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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