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M 닉슨은 197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회의를 도청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정치도의에 치명상을 입고 스스로 물러난 대통령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불명예스런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었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민들이 생각하는 닉슨은 퇴임때와는 다르다. 퇴임후 왕성한 저술활동 및 강연, 자선봉사사업으로 완전히 그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대통령까지 지낸 김영삼씨(YS)가 아직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IMF 대통령’의 불명예를 회복하려는 끈질긴 집념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정치복귀를 위해 이래저래 시도하다가 여의치 못한 YS가 이번엔 김정일규탄대회 및 국민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그로서는 걸맞는 일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운동이 국가와 민족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실로 황당하다. YS가 진실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으면 닉슨을 본받아야 한다. 되지도 않은 정치험담보단 덕담이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 정치와 완전히 담 쌓은 사회봉사가 이미지변화에 도움이 될 것인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YS의 규탄대회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보수의 순수성을 먹칠한다’는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이런 판에 지난번 서울에 왔던 북측의 김용순노동당비서가 임동원국정원장과 회동을 가진 신라호텔주변에 YS 등을 비방한 괴이한 전단이 뿌려졌던 것 같다. 애국 뭣이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행해진 전단살포는 정말 무모한 짓이다. 그런 전단이 굳이 없어도 YS를 제대로 볼줄 아는 많은 국민들에게 아무 쓸모없는 의구심만 불러 일으켰다. 누가 무슨 동기로 그런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유치하고 유감스런 일이다. 우리 모두가 좀더 성숙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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