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경기예총이 참신한 예술관은 커녕 경쟁력도 없는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신문사에 전달됐다. 도단위 예술단체장 5명의 서명으로 된 ‘경기예총 개혁을 위한 제언’과‘정규호 예총도지회장에게 드리는 공개질의서’란 제목의 두 문건이었다.
여기에서 이들 단체장들은 경기예총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안일하고 편협한 협회운영을 해오고 있는데다 도내 예술인들의 대변인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현 집행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특히 공개질의서에서는 지난 9일 ‘경기예술인 큰 잔치’행사추진위원회가 성원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일방 파기시킨 이유 등 14개 항목에 대해 오는 26일까지 납득할 만한 답변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경우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 문건을 접하고 진통이 있긴 하겠지만 일단은 경기예총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에,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해왔던 예총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18일 오전11시 9일 무산됐던 행사추진위원회가 다시 열렸다. 추진위 13명중 12명이 모여 구두상의 답변이라도 듣겠다고 했고, 오랜동안 고성이 오고갔다. 3시간여만에 회의가 끝난 후 예총 관계자는 5개 단체장들이 서명을 한 문서를 들고 오더니 “전날 배포한 문건에 대해서는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으며 예총도 이를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총도 화가 나긴 하지만 참겠다는 말이고, 문건을 돌렸던 단체장들도 개혁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떻게 자신들과 견해가 달라지면 그때 또 개혁을 요구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해프닝으로 끝난 경기예총 개혁요구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봄 도에서 지원해준 1억원이 문제였다. 도지사가 경기문화재단 워크숍에서 선심성으로 문화원연합회 도지회와 예총 도지회에 각각 1억원씩을 지원해 주기로 했는데 이 사용처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컸던 것이다.
문화원의 경우는 31개 시·군 문화원이 300만원씩 나눠 갖기로해서 별 잡음이 없었지만, 예총의 경우는 나눠 가져도 몇푼 안되기에 예술인들의 결집과 도민들에게 멋진 문화행사를 보여주겠다는 취지하에 열린음악회 형식의 행사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각 예술단체에서 도내 예술인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못받게되자 여기에 반대해 당초계획이 무산됐고 갈등이 증폭돼온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도에서 지원해준 1억원을 둘러싸고 집행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의견이 맞지않자 벌어진 감정싸움으로 5개 단체장들의 강력한 개혁의지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케 하기위한 예총 헐뜯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허울 좋은 예총의 개혁요구는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를 지켜본 많은 문화예술인과 도민들은 또 한번 경기예총에 큰 실망을 했다. 이번 사건은 경기예총의 내부적인 갈등과 분열된 모습만 밖으로 표출시켜 ‘이기심만 팽배한 조직’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렵게 됐다. 경기예총은 언제 달라질 것인가?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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