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천기원씨 작품 전시

‘빨리 빨리’를 외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속도감은 빼놓을 수 없는 경쟁무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자문하게 될 때도 부지기수. 그러면서 무언가를 잊고 사는 현대인은 조금은 느림의 여유를 갈망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고향의 정취와 느림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전시회를 찾아 삶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양화가 천기원씨가 그린 시골 풍경들은 어린 시절, 또는 꿈속에서 본 듯한 고향의 정겨운 모습들이 아련히 떠오르게 한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푸근해짐을 느낀다.

안성에 작업장을 갖고있는 서양화가 천기원씨(안성군 미양면 구수리)가 다섯번째 개인전을 통해 이런 정겨운 시골의 한켠을 묘사한 작품들은 선보인다. 27일부터 10월3일까지는 서울의 경인미술관에서, 이어 10월7일부터 11일까지는 안성문예회관 전시실에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을 전시한다.

화사하게 핀 시골길 들국화, 농촌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진한 추억이 배어 있고, 농가의 봄을 주제로 한 그림에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들과 나무며, 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 ‘폐가의 봄’에는 고향을 등진 사람들을 상징하듯 어둔 색깔의 담벼락을 묘사하면서도 담 넘어 파릇하게 피어 있는 개나리가 대비를 이룬다. 또한 연꽃을 소재로 한 연작 ‘수련’은 사실적이면서도 꿈을 꾸듯 풍성함이 가득하다.

얼마전 작가는 수술로 인해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시골 주변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이는 다름아닌 마음의 고향이면서 어머니인 시골 이야기를 통해 ‘순수의 여정’을 담았기 때문. 어릴적 어머니를 여읜 작가에게 시골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가장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천기원씨는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유형회, 현대사생회, 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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