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오심과 이에 대한 불복, 프로축구연맹의 무원칙한 운영에 관중의 난동까지 겹친 그라운드 최악의 상황이 지난달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발생, 한국축구의 심각한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규리그 1위 확정을 눈앞에 두고 3연패의 늪에 빠져있던 안양 LG와 막판 상승세를 타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 수원 삼성의 대결은 이미 경기전부터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었다.
더욱이 LG와 삼성은 최근 서정원(삼성)의 이적문제를 둘러싸고 감정적인 대립을 보였던 터여서 살얼음판 승부가 점쳐졌던 경기.
우려했던 대로 이날 경기는 심판의 모호한 판정으로 급기야 19분동안 경기가 중단되고 양팀 선수와 프런트, 응원단까지 대립하는 극한 상황이 전개됐다.
전반 30분 최용수의 동점골에 오프사이드 선언을 안했다며 불만을 터뜨리 삼성은 2대2 동점 상황이던 후반 35분 고종수의 프리킥을 문전에서 류웅렬이 헤딩골로 연결했으나 선심이 핸들링 반칙으로 판정, 득점무효로 판정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선심의 오판으로 피해의식에 젖어있던 삼성 김호 감독은 이어 박건하의 헤딩슛이 골라인 부근에 떨어졌는데도 골로 인정치 않자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후반 42분에는 공중볼 다툼을 벌이던 산드로에게 권종철 주심이 반칙을 선언하자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평소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며 냉정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더이상 참치 못하겠다는 듯 플라스틱 물병을 그라운드로 걷어찼다.
이에 이번에는 LG의 조광래 감독이 항의했고 주심은 김 감독의 퇴장을 선언했으나 이에 불복, 경기가 중단된채 양 구단의 관계자들까지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상황에서 프로축구연맹의 감독관과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명쾌한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관하는 자세로 관중들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19분 뒤 경기가 속개됐으나 이번에는 삼성의 류웅렬이 점프하던 최용수의 허리를 무릎으로 걷어차 퇴장당했고, 양측 선수들은 패싸움 일보직전까지 대립했다.
결국 경기는 LG가 3대2로 승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며 잔치 분위기였으나 양측 관중들까지 그라운드로 진입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줄 몰랐다.
그러나 이처럼 최악의 그라운드 폭력사태까지 몰고간데에는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어야 할 심판진이 판정에 문제점을 노출시켜 기름에 불을 당기는 꼴이 됐다.
또 프로축구연맹의 안일한 태도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자제력을 잃은 양측 구단 관계자들도 최악의 사태 연출(?)에 일조했다.
한 때 최고의 관중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던 프로축구가 최근 시들어 가고 있는데 대한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프로축구연맹과 심판진, 각 구단 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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