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고 섭섭 무료하기 가이없어 하노라. 너도 우리를 생각하느냐. 이 병풍은 오늘 보내마 하였던 것이라. 마침 아주 만든 것이 있으매 보내니 치고 놓아라. 날 춥기 심하니 몸 잘 조리하여 기운이 충실하면 장래 자주 들어올 것이니 밥에 나물것 하여 잘 먹어라.”
조선조 제18대 임금 현종(顯宗·1641∼1674)이 셋째딸 명안(明安)공주에게 보낸 한글편지이다. 어린 나이에 시집간 딸의 안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눈물겹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5일까지 열리는 ‘겨레의 글, 한글’전(展)을 보면 현종과 왕비인 명성(明聖)황후, 명안공주 사이에 오간 3통의 한글편지(보물1220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일가의 한글편지 등 130여점이 전시돼 있어 양반계급이 언문(諺文)이라
천시했다는 그동안의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통념상 서민사회의 문화유산으로 알려진 한글을 조선시대에 뿌리 내리는데 큰 역할을 해온 계층이 서민보다는 왕실과 양반이었음을 보여준다.
한글의 소중함이 더욱 돋보이는 ‘겨레의 글, 한글’전이 열리는 때를 맞춰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문자창제는 국가 건립일과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한글은 우리 문화를 담는 그릇이자 민족문화의 요체인 만큼 국경일로 승격시켜 민족문화를 개화시키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제안 이유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자는데 만일 이론이 있다면 애석한 노릇이다. 한글이 우리나라의 글자이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창제년도와 창제자를 알고 있는 문자가 세계적으로 한글밖에 없음을 모른다면 아마 반대할 것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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