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의 날

내장의 하나인 간장이 인체에 중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간(肝)은 담즙의 분비, 양분의 저장장소로서 탄수화물을 글리코겐(당원질)으로 만들고, 요소(尿素)의 생성·해독 작용 등의 기능을 가졌다. 이러한 간에 이상이 생기면 간장농양, 간장디스토마병, 간장암, 간장염, 간질병, 간경변증, 간경풍 등 병이 생겨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간이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독성이나 질병을 막는 방패(干)라는 뜻이다. 위장이나 창자는 적출(摘出)후에도 10여일동안 살 수 있는데 간장은 적출 후 12시간을 살기 힘들다. 그만큼 간은 중요한 내장이다. ‘간에 기별도 아니 갔다’‘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간 빼 먹고 등쳐먹다’‘간에 바람들다’‘간에 불붙었다’‘간에 차지 않다’‘간이 뒤집혔나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간이 오그라 들다’‘간이 콩알만 하다’ 등 간에 관한 말들은 간이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내장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한창 일해야 할 40·50대 남성들의 높은 사망률의 가장 큰 원인이 간경변 등 간질환으로 밝혀 졌다. 우리나라는 10명중 1명이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라고 하는데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생긴 염증이다.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 약물 등 독성물질, 선천성 대사장애 등 3가지인데 이중 바이러스간염 특히 B형간염의 주범은 음주와 과로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간염 바이러스 간염자수는 전세계적으로 무려 5억2천만명이라고 하는데 오늘 10월20일은 한국 등 간질환이 많은 세계 30여개국을 중심으로 올해 처음 제정한 ‘세계 간의 날’이다. 별(別) 날(日)도 다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과로·스트레스를 좀 피하고 음주를 안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사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심히 유감스럽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