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ASEM 성과 결산

김대중대통령은 제3차 ASEM서울회의를 마치고 회의 의장으로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 이번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서울선언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향후 10년간 발전방향을 제시한 2000 아시아·유럽 협력체제가 채택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회의에 김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어떠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김 대통령이 이번 회의 내내 강조한 두가지 화두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아시아·유럽간 협력체제의 공고화였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간 관계개선이 우선돼야 하고, 주변미·일·중·러와 남북한간의 관계강화 및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아시아와 유럽의 26개국 정상들이 서울에 한데 모이는 이번 기회를 통해 ASEM 회원국들로부터 남북화해와 협력의 과정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확보하는 일에 김 대통령은 주력했다.

김 대통령은 회의를 전후해 가진 14차례의 양자회담과 3차례의 공식·비공식 오만찬, 3차례의 공식회의 주재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지지를 거듭 요청했고 그 결과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서울선언으로 나오게 됐다.

특히 영국과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이번 회의기간 북한과의 수교방침을 잇따라 밝히면서 이번 회의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각국의 대북 관계개선 움직임이 이처럼 구체화된 데는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수상도 크게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김 대통령이 화해와 협력정책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한 것은 국제사회에 큰 공헌을 한 것”이라며 대북수교 방침을 밝힌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당초 6차례에서 14차례로 늘린 것도 평화상 수상 때문이었으며, 각종 회의에서도 김 대통령의 수상에 대한 축하와 찬사가 끊이지 않아 이번 회의는 김 대통령을 위한 회의였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 회의를 통해 ASEM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질적 협력의 중심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지난 96년 창설된 이래 3차 회의를 가진데 불과한 신생 다자협력기구의 기본틀을 튼튼히 다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두 지역간과학·기술 협력과 국가간 정보화 격차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 두 지역간 인적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ASEM 장학재단’출범 및 ASEM의 민간참여 확대 등을 제안해 정상들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볼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과 맞물려, 그동안 터부시돼온 정치·안보 문제가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도 과거 경제·통상문제에만 국한돼 왔던 회의의 격을 한차원 격상시킨 성과로 꼽힌다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회의를 총결산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대통령이 “이번 3차 정상회의는 앞으로 ASEM이 아시아와 유럽간 협력의 중심축으로서 확고히 자리잡아 나가겠다는 점을 회원국 국민들과 전세계 앞에 명확히 밝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 것도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한 김 대통령의 만족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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