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27일 박정희대통령의 ‘비상사태 특별선언’이란 초법적 조치로 헌정이 중단, 국회가 강제해산될 당시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당신(5·16 주체세력출신 기관장)은 군사혁명을 일으킨 사람이니 혁명정신이 아직 살아있는지 알아보게 어디 한번 혁명공약을 외워보라”는 등 국감과는 무관한 질문으로 애를 먹이는 야당의원도 있었던 때였다. 국감은 이튿날 또 계속되기로 했던차에 그만 그날 저녁 7시 비상사태가 선포됐었다.
그 무렵의 국감은 폐단이 없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덮어놓고 호통치기를 일삼는가 하면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우선 매스컴부터 타고보자는 언론플레이를 시도하기가 일쑤였다. 심지어는 기관장의 ‘추후 서면답변’ 언질엔 서면답변서와 함께 거액의 수표 유첨설까지 공공연히 나돌았다. 유신헌법으로 박탈된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부활된 것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현행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의해서였다. 국회로 치면 제13대 국회부터다.
국정감사가 다시 시작된지 12년째다. 비록 폐단이 없진 않았지만 국감은 필요한 국민대의기구의 감사권이다. 국감 또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같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보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국감을 통해 국정이 바로 잡히는 것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은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질부족 탓이다. 뭘 알고 조리있게 조목조목 따져 끝내 잘못을 시인받고 나서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국회의원들은 국회 도서관서 소관 상임위 업무에 대한 공부를 밤늦게까지 하기가 예사다. 이에비해 우리 국회도서관은 연중 텅텅 비어 있다. 올 정기국회 국감 역시 얼마나 잘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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