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병리현상

조선조 인종시대의 실존인물 임꺽정, 광해군 시대의 실존설이 있는 홍길동, 영국 리처드 1세때의 로빈 후드는 강·절도의 도둑들이다. 비록 훔치거나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 나눠준 의적이라고 하지만 도둑은 도둑인 것이다. 이런데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커녕 미화된 전설적 연유는 빼앗긴 금품의 주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긁어모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탐관오리들이다. 요즘말로 하면 권력형 비리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권력형 비리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보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를 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의적의 사회적 배경엔 이같은 사회병리현상이 도사려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도(大盜)란 말도 이런 사회병리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대도라고 하면 원조격으로 유명한 C씨가 있다. 금품을 털리고도 경찰에 신고조차 할수 없었던 고관대작, 재벌상대의 거액 피해에 서민들이 내심 쾌재를 부른 것은 그들의 부(富)를 정당한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탈옥수 신창원씨 또한 전국을 무인지경으로 누비면서 도둑질을 일삼았으나 훔친 그 많은 돈을 역시 높은 벼슬아치나 부호들만을 골라 털어 서민들의 야릇한 동정심을 샀던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사회모순 근원의 사회병리현상이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심각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평생 구경도 못할 수백억원을 곳간에서 곶감빼먹듯 빼먹은 금융 부정대출, 고위관리들의 독직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나돈 정치권의 권력개입설에 ‘강도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는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어느 운전자가 단속나선 경찰관에게 “정부는 더한 것도 위반하는데 뭘 그러느냐”며 이죽거린 일이 있었다. 사회병리현상의 냉소적 확산이 두렵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