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

우리가 즐겨 음미하는 차(茶)는 2∼3세기에 이미 있었다고 전해온다. 3세기 경에는 다서(茶書) 도 나왔다. 차 문화의 고전이요 경전으로 유럽에도 잘 알려진 ‘다경(茶經)의 저자 중국의 육우(陸羽)는 8세기 당대의 문인으로서 출생이 전설적이다.

어느날 아침 노승이 기러기 떼지어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 물가에 가본즉 그 날개 밑에 갓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바로 육우였다고 한다. 절에서 자란 육우는 뒷날 유명한 서도가 안진경(顔眞卿)을 비롯한 여러 대관들의 보살핌을 받아 차 나무가 많은 산 기슭에 거처를 정하여 은거했다. 유가(儒家) 사상에 심취한 그는 문장에 뜻을 두고 저술에 전념했는데 그의 이름을 오늘까지 빛낸 ‘다경’이 이때 씌어졌다.

육우는 동궁부(東宮府)의 관직에 임명됐으나 취임하지 않고 좋은 차를 찾아 각지를 편력, 왕에게 바치는 공차(貢茶)의 산지로 이름난 호주(湖州)에 거처를 정하였다. 육우는 좋은 차를 찾아 이곳 저곳의 산과 계곡을 돌아 다녔는데 그러한 그를 사람들은 산인(山人)이라고 불렀다. 육우가 지은 ‘다경’에서 이르기를 “차(茶)는 넓은 것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넓은 것’이란 사람 수가 많음을 뜻한다고 하겠다.

차는 혼자 마시면 탈속(脫俗)하고 두 사람이면 좋고, 3,4인이면 즐겁다고(1인 神, 2인 勝, 3,4인 趣 )하였다. 5인을 넘으면 속되고 잡스럽다고 한다.

선비의 문방(文房)에서, 혹은 낙락장송의 그림자가 드리운 초암(草庵)에서 차를 달이는 옛 그림들이 보여주듯이 선(禪)의 세계의 화경청적(和敬淸寂)이야말로 차의 경지라고 하겠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요즘 단풍이나 낙엽이 보이는 호젓한 창변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며 계절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여럿이라 하더라도 보기에 좋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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