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요즘은 장(醬)을 만들기 위해 콩을 삶아서 절구에 찧어 메주덩이를 만들어 따뜻한 방 아랫목이나 햇볕이 잘 드는 처마에 매달아 띄울 때다. 곰팡이가 적당히 생기고 좋은 냄새가 나면 이것으로 음력 정월쯤 장을 담그게 된다. 같은 메주라 하더라도 만드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집집마다 서로 장맛이 다르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집에서 장을 담그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집들이 줄어들고 있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가져다 먹는 주부들도 줄어간다. 대부분 사서 먹기 때문이다.

서양 음식에 점차 길들여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빵이나 피자를 두끼 이상 먹으면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랜 세월 장맛에 인이 박혔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고추장에 비빈 밥이나 된장국을 먹으면 속이 개운해진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장은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일컫는 조미료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이러한 장에 대해 “장(醬)은 장(將)이다. 모든 맛의 으뜸이요 인가(人家)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요리가 될 수 없다. <중략> 가장(家長)은 모름지기 장담기에 뜻을 두어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장맛은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장을 담글줄 아는 웃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혼자 장을 담가 먹는 집, 주부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짜고 맵지만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보여주고 다른 집과는 또 다른 맛이 나는 장. 그래서 아직도 시골에서는 된장, 간장을 담그기에 일손이 바쁘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콩을 절구에 찧는 모습이며 처마에 매달아 띄우지는 않았지만 방안에서 풍기는 메주냄새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