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남국세청장의 골프부킹 청탁거절 지시는 신선하다. 일선 세무서장등이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만큼 시달리는 골프부킹 청탁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이같이 지시했다. 아울러 국세청 직원들의 골프장 출입을 금하고 지방청장급 이상이 부득이 골프를 해야 할 경우엔 미리 승인을 받도록 다짐했다.
서울에 인접, 골프장이 밀집한 기전(畿甸)지역의 입장에서는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조치다. 골프부킹 거절지시는 정치권과 정부부처의 청탁사례를 직접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과 중앙 고위공무원들의 도덕적 품성이 얼마나 이완됐는가를 가늠케 한다. 나라와 민생을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사치스런 주말나들이를 위해 세무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해온 것은 의식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세무서장들은 이제 그같은 권력형 위인(爲人)들의 부킹청탁이 들어와도 거절할 명분이 세워져 편하게 됐지만 국세청장이 남모른 원성을 듣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다. 잘은 몰라도 정치권과 부처로부터 원망 아닌 원망을 듣지 않겠나 싶지만 이를 각오했을 그의 결단이 돋보인다.
생각하면 어찌 세무공무원 뿐이겠는가. 다른 공조직을 통한 부킹청탁이 또한 횡행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국가조직의 공권력을 골프치는데 동원하는 정치인, 중앙 고위공무원들의 병폐야말로 개혁의 대상이다. 의식개혁 대상이 되는 자신은 개혁하지 않고 남에게만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학동(學童)들에 ‘바람풍’을 가르치면서 자신은 ‘바담풍’이라고 하는 잘못된 글방 훈장과 같다. 가치관의 혼돈이 국가사회를 심히 불안하게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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