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입동이 지나서인지, 가로수 낙엽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간다. 노랑 단풍잎을 떨어뜨리는 은행나무 가지가 앙상해간 가운데 얼마 남지않은 잎사귀가 안떨어지려 몸부림치는가. 겨울을 불러들이는 늦가을 바람이 낙엽을 더욱 재촉한다.

인간사는 어지러워 의혹이다, 사고다, 퇴출이다 하여 뒤숭숭해도 대자연의 법칙은 한치 어김이 없다.

벌써 밤거리에는 군고구마장수가 등장했다. 다시 다가온 실업대란, 경기불황은 올겨울 또 많은 노점상인을 양산할 것 같다. 참고 참는데도 왜 들리는 것, 보이는 것마다 비위를 뒤틀리게 하는 것들인지. 또 얼마를 견뎌야 한단 말인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간다.

서민사회는 못살아도 따뜻한 정이 감도는 조약돌같은 얘기가 많은데 호사스런 권력사회는 왜 구린내 풍기는 추잡한 얘기들뿐인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 간다.

그래도 토끼눈망울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세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긴 하는데 어떻게 되어 살면 살수록이 세태는 더 힘들기만 하는지. 화려한 말잔치속에 민초들 가슴만 멍들어 간다.

요지경속처럼 뭐가 뭔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난장판에 양의 탈을 쓴 늑대같은 신 ‘오적’이 있다는데 있다면 그들은 누구일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으니 꽃도 지고 꽃이 지면 잎도 지는 것인가.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하는 어느 고시조구절과 마찬가지로 낙엽인들 어찌 잎이 아니겠나. 바람에 흩날리며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이 주는 계절의 정취는 아름답지만 인간사의 낙화나 낙엽은 자연과 달라서 추할 것이니 그것이 걱정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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