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산림훼손 용인 신봉지구

“나무 한 그루 한그루가 전기톱에 쓰러질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지는 듯 했습니다”

토지공사가 시행중인 용인 신봉지구 택지개발공사로 만신창이가 된 3·5블럭 1만여평의 숲을 바라보며 인근 성지아파트 부녀회장 조인자씨(52·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토공이 보존해야 할 녹지를 ‘공공개발’이라는 명분아래 마구잡이식으로 훼손해버린 수지2지구 신정마을 성지아파트 앞 신봉지구 3,5블록 숲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림잡아도 둘레가 60㎝ 이상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상수리나무 수십그루가 밑둥만 남긴 채 곳곳에서 쓰러져 있었다.

숭덩숭덩 잘려나간 채 쓰러진 7천∼8천그루의 나무들은 서로 뒤엉켜 있어 다급하게 벌목됐음을 가늠케 했다.

‘벌목이 시작되기 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는 한 주민의 말과는 달리 울창했던 숲은 이제 숲이라고 하기조차도 무색할 정도로 휑한 모습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만신창이가 된 이 숲이 훼손되기 이전상태로 회복되려면 살아생전 다시는 보기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지역 10여만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와 편안한 쉼터로 혜택을 주던 이 숲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15일.

주민들의 산책로였던 이 산 입구에 휀스가 설치되고 나무들이 하나둘씩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놀란 주민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온몸으로 막으며 중지를 요청했지만 토공은 “법적 하자가 없을 뿐더러 이 지역은 개발가능한 녹지자연도 6등급”이라며 벌목을 강행했다.

이에 수지1,2지구 주민들은 주민대표연합회(회장 박진우)를 결성, 도와 환경부 등 각처에 민원을 제기하고 토공에 지속적인 항의를 한 결과 8월30일까지 벌목을 중단한다는 각서를 받고 9월6일 토공과 합동정밀식생조사를 한다는데 합의했다.

9월19일에는 도청에서 토공과 주민대표, 용인시청이 참가한 가운데 ‘택지관련 민원연석회의’를 개최, ‘토공은 주민과 조정을 통해 개발에 임하도록 하라’는 도청의 조정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토공은 지난 9월25일 오전 도청의 이같은 조정과 주민들의 필사적인 저지를 뿌리치고 수십명의 인력과 전기톱을 동원, 마구잡이식으로 벌목을 강행했다.

눈물을 삼키며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이날 잘려진 나무가 5천∼6천그루 가량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주민대표들은 녹지가 더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위해 경인지방환경관리청과 서울시립대 이경재교수·건국대 김재현교수에게 이 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의뢰, ‘이 지역 상수리나무, 참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의 수령이 20∼50년으로 임상이 양호한 녹지자연도 7∼8등급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일 뿐아니라 주민들의 휴식공간 및 생활환경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따라 도는 지난 13일 신봉지구 3·5블록에 대해 공사를 중지하고 훼손한 삼림 1만여평을 원상복구하도록 명령했다.

도는 또 토공측에 신봉지구 전체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도 다시 받도록 요구했다.

결국 주민들의 자연녹지 보존을 위한 끈질긴 노력이 환경영향평가 사상 처음으로 훼손된 환경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이끌어 냈다.

또 주민들은 토공측이 실시한 식생조사 및 녹지자연도의 왜곡된 부분과 이를 근거로 주민들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 채 마구잡이식 벌목을 강행한 것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밝혀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대표 박진우 회장은 “토공의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고 우리들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수용할 의사가 있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토공이 이 지역의 산림을 원상복구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박진우 주민대표연합회장

“토지공사가 이 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처럼 산림이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것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지 모르겠습니다”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용인 신봉지구 3,5블록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음을 밝혀낸 주민대표연합회 박진우회장(61)은 나무들이 뒤엉킨 채 쓰러져 훼손된 산을 돌아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대표 연합회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지난 8월15일부터 갑자기 시작된 벌목으로 온 주민들이 깜짝 놀라 분노에 치를 떨 정도였다. 토공은 ‘합법적’이란 말만 되풀이한 채 우리의 말을 전혀 들어주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힘으로라도 우리의 산을 지키기 위해 결성하게 됐다.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 원상복구라는 초유의 결과를 얻어냈는데.

▲나무들이 다 쓰러지고 넘어간 상태에서 원상복구가 있을 수 있겠는가. 토공이 우리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오늘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토공이 이 산을 어떻게 복구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

-오늘의 결과를 이끈데 대한 소감은.

▲이는 제일 먼저 온몸을 던져가며 녹지를 지키기 위해 애써준 주민 한사람 한사람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민원해결에 적극 도움을 준 경기도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훼손된 산이 회복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텐데.

▲내년 4, 5월이나 돼야 나무를 옮겨 심을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곳은 상수리나무 5∼10년생이 주를 이루면 자연학습지로 적합한 곳이라고 한다. 지역주민들의 손길을 모아 ‘시민의 숲’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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