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혹한 신용불량 낙인

경제난에 따른 서민경제의 붕괴로 금융기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어 그야말로 돈 없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 되었다. 수백억원씩 불법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 금융기관이 서민들의 자그마한 신용불량에는 가혹하기가 마치 중환자 앞의 저승사자와도 같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대출과 신용카드거래 등이 차단되고 경제활동에서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신용사회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에서는 인정사정이 추호도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공동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법인 포함)수는 10월말 현재 238만2천717명으로 경제활동인구 10명당 1명꼴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말(225만65명)에 비해 13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며 11월말 현재는 2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연체 뒤 3∼6개월 뒤 등록되기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경기위축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개월간 신용불량자 급증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금융기관 신용불량자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휴대전화·PC통신·인터넷회사 등도 자체적으로 요금을 연체한 회원을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를 씌워 불이익을 주고 있다. 대출이나 사용료를 조금만 연체하면 ‘신용불량자’ 낙인을 찍으려는 금융기관과 업체들이 서민들을 도처에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살기가 어려워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사용료를 연체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서민들이 신용불량자로 찍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각종 악랄한 범죄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에서 퇴출된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월 10∼20%에 달하는 고리(高利)의 사채를 급전으로 빌려쓰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돈을 빌렸다가 약속기한내 갚지 못해 폭행을 당하고 재산을 강제로 빼앗기는 등 낭패를 보는 불상사가 속출하는 것이다.

죄라곤 가난밖에 없는 서민층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금융기관에서 신용불량적용을 현행보다 연장해주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비싼 연체료를 물면서 고의로 연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과 서민들은 결국 공존하는 관계가 아닌가. 서민들이 규정을 이행치 않았다하여 신용불량자로 금융공동전산망에 즉시 등록시킬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들 나름대로 구제대책을 모색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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