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이 민주당인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권노갑씨 퇴진론에 투영된 당내동향은 가히 공당의 자질을 심히 의심케 한다. 각자 의사의 선택이라 할 친권, 반권의 움직임은 있을수가 있겠으나 조직의 근간을 위해하는 험악한 분위기조성은 민주당이 그간 권씨 중심으로 얼마나 심히 경직돼 왔는가를 실감케 한다. 엊그제 열린 최고위원 회의장 주변에 몰려든 권씨 지지세의 전·현직 부위원장이란 사람들의 막말과 고성이 뒤섞인 집단시위, “법안도 예산도 모르는 최고위원들이 쓸데없는 얘기들이나 하고 다닌다”는 이해찬 정책위의장의 폭언은 ‘각목대회’시대 정당에서나 볼수 있었던 미숙한 모습이었다.

퇴진론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려면 마땅히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충정의 고언을 덮어놓고 그런 식으로 매도, 언로를 봉쇄하고자 한다면 듣기좋은 소리나 듣자는 것 밖에 안된다. 당내 화합은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가며 융합시킬 줄 아는 것이 참다운 화합이다. 민주당이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평소 다져진 권씨 중심계파의 독선적 성역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권씨가 ‘그(정동영)를 정치에 입문케 한 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떤 개인적 감정에서 한 말이라면 흘려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도 그랬으니까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구태적 경직성 연유가 바로 그런 패거리 인맥구축에 있다.

당운영 중심은 무엇이 당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것인가가 무항심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과거의 개인적 은원관계가 중심이 되는 상전하복관계 구축은 붕당이지 정당의 민주화가 될수 없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환골탈태 해보이는 요체는 과거의 여당처럼 총재나 실질적 2인자가 곧 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당내 민주화를 이룩해 보이는데 있다.

권노갑씨가 오늘의 김대중대통령을 위해 재야 투쟁시절부터 얼마나 말못할 고초를 겪으며 한몸을 던져 충성해왔는가는 능히 짐작한다. 그 반면에 집권후는 고사하고 재야 투쟁때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영화를 누렸는가도 능히 짐작한다.

역사는 세월의 흐름이며 흐름은 변화를 가져온다. 민주당이 특정계보의 정당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변화를 애써 거부하고자 하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퇴진론 요구를 크게 키운 것은 권씨측이다. 정씨의 최고위원은 당원의 선출직이며, 당내 민주화요구의 그같은 힘이 선출직에 기인하는 것은 그나마 유의해야 할 점이다. 권씨의 최고위원은 어떻든 임명직이다. 퇴진여부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판단이다. 당정쇄신에서 김대중총재의 선택은 그 자신의 정치적 향배를 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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