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의 떡

이솝의 우화에 잘 알려진 이런 얘기가 있다. 늑대가 자기집에 두루미를 음식초대하면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놔 두루미가 먹을 수 없게 되자, 이번엔 두루미가 늑대를 초대하여 음식을 호리병에 넣어두어 늑대가 먹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옛말엔 ‘화중지병, 견이불식’이란 말이 있다. 그림속의 떡은 먹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간 정부발표의 각종 기업지원자금이 그림속의 떡과 같은 사례가 많았다. 창업자금이나 운전자금의 배정소식을 들고 막상 관련 은행을 찾아 상담하면 으례이 ‘우리는 모른다’는 말을 듣기가 일쑤라는게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이었다.

대우자동차 협력사 지원대책도 역시 그림속의 떡처럼 무용지물인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진성어음의 새어음 교환은 금융기관의 난색으로 말뿐이고, 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한도 또한 어음할인업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 역시 담보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업체는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다가오는 연말이면 또 한차례 연쇄부도사태가 날 것으로 보여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수천억·수조원을 탁상지원만 하면 뭐하나, 막상 돈이 목마른 기업체의 해갈에 아무 실효가 없는 지원대책은 생생내기 말에 불과하다. 자꾸 이러다보니 무슨 말인들 곧이 들리지 않게 된다. 이솝의 우화같은 먹지못할 음식대접은 차라리 조삼모사보다 못하다. 연말은 하루하루 바짝 다가오고 정말 큰 걱정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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