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죄인

‘빚준 상전이요 빚 쓴 종이라’고 했다. 빚 진 사람은 빚준 사람에게 굽죄여 지내게 된다는 말이다.

‘빚진 죄인’은 빚을 진 사람이 빚장이 앞에서 심기가 죽어 마치 죄를 지은 사람과 같이 됨을 일컫는 말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꾸어 쓰는 빚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경기 악화로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정보회사의 지나친 빚 독촉으로 서민사회가 그야말로 불안에 떨고 있다.

법원에서 발행한 것처럼 붉은 줄이 인쇄된 ‘재산압류 강제신청예고장’을 보내는가 하면 늦은 밤과 새벽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형사고발을 거론한다. 채무자의 상황을 고의로 주변에 알리고 채무자 가족에게도 협박성 빚독촉을 한다.

집을 비우면 대문에 ‘경고장’을 붙여놓기도 한다. 빚을 대신받아 주는 일, 추심(推尋)을 하는 신용정보업체가 증가하면서 생긴 업체간의 과당경쟁이 무리한 빚독촉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전국에 대리점을 두고 영업이익을 본사와 대리점이 절반씩 나누는데다 직원의 64%가 계약직으로 실적에 따라 봉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인정 사정이 없다. 그러나 ‘폭행 또는 협박, 위계나 위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된 현행 법규를 감안하면 지나친 빚독촉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신용불량자는 250만명 정도라고 한다. 급속한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어디 250만명뿐이겠는가. 아마 2천500만명은 될 것이다. 많거나 적거나 빚은 서민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남의 돈 꾸어 쓰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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