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의 합의로 내년도 예산안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미 법정기일을 넘기고 또한 정기국회 남은 회기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하여 임시국회까지 열어 겨우 오늘 예산소위, 예산결산위원회, 그리고 본회의까지 개회하여 속전속결로 통과시킬 모양이다. 내년도 예산집행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참으로 국회의 무책임과 부실 예산심의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약 101조300억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최근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에서 심의한 예산안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내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경제운용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심의는 정쟁의 차원이 아닌 경제위기 극복의 차원에서 철저하게 심의되어야 했다. 지나치게 팽창도, 그렇다고 긴축도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회는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하여 심의하더라도 부족함이 많은 것이 내년도 예산심의이다.
그러나 국회는 그동안 국회법 날치기통과,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 등으로 야기된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다가 정기국회 마지막 가서야 겨우 예산심의를 하는 등 무책임한 국회상을 노출시켰다. 이번 여야간의 합의로 약 8천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범위에서 조정되었다고 하는데, 조정 내용 역시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 많다. 지난해 4천3백억원에 비하면 2배정도가 더 삭감되었기는 하지만, 세수감소액 2천500억원을 감안하면 불과 5천500억원밖에 삭감하지 못했다. 삭감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나 당초 야당에서 요구한 삭감액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또한 삭감 내용도 아직 제대로 조정되지 않아 국회가 과연 예산심의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오늘 예산 심의는 사실상 통과 절차만 남아있다. 예산규모가 여야 총무간 협의에서 합의되었기 때문에 항목 조정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오늘 예산심의 국회가 아무리 통과 의례에 지나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국민의 혈세가 쓸데없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내년도 정책기조와 관련된 철저한 심의없이 정치적으로 예산심의가 이루어지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지게됨을 국회는 인식해야 된다. 무책임과 부실의 예산심의가 이번 국회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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