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기>강화군 러브호텔 대책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양지들이 러브호텔로 멍들어가고 있다.수도권 시민들의 젖줄인 한강을 비롯해 북한강과 남한강 주변과 이름난 관광명소 등지는 ‘보이는 것은 전부 러브호텔일 정도’로 온통 러브호텔로 점령당해 있다.

개선장군처럼 저마다 위세를 자랑하고 있는 러브호텔들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러브호텔 건축허가 남발로 이제는 학교정화구역내는 물론, 주택가까지 독버섯처럼 깊숙이 파고들어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고양시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전개된 러브호텔 반대 운동은 급기야 국회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조례안을 속속 제정하고 나서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강화도도 러브호텔로부터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얼마전 강화도 양도면 건평리 등 강화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중인 한 연기자는 모 방송 아침방송에 출연해 사회자가 ‘강화도에 대한 첫 인상’을 묻자 서슴지 않고 “강화도는 웬 여관들이 도로변 곳곳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강화군내에는 속칭 러브호텔인 여관 등 80여곳의 숙박업소가 성업중이다.

여기에 현행법상 맹점을 악용해 일반 숙박업소처럼 객실의 대부분을 2인1실로 꾸며 숙박업형태로 불법 영업하는 민박까지 포함한다면 150여곳 안팎의 업소가 영업중에 있어 연기자의 이같은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임명제 단체장 시절 문화재 등 주변여건을 고려하지 않은채 숙박업소 건축허가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강화도는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많은 역사·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각종 관광단들이 즐겨찾는 고장이다.

강화도 전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으로 불리울 정도로 각기 시대를 달리하는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이가운데 한반도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사적 137호인 강화지석묘 등 5개群의 강화고인돌이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전세계에 강화도가 문화유산도시로 각인된 상태다.

특히 강화도 남단 갯벌은 전 세계 5대 갯벌중 하나로 각종 희귀철새의 도래지로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생태관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려한 자연경관 등으로 강화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내년도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강화 제2대교가 개통되면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아오던 강화의 교통체증이 사실상 해소돼 현재 연간 300만명 선이던 관광객수가 5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돼 강화도가 수도권 제1의 관광명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렇듯 강화가 지니고 있는 매력적인 개발가치때문에 강화군정의 주 방향이 개발논리에 밀려 파괴를 전제로 한 각종 개발정책 등이 수립될 개연성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강화해안순환도로가 개설됐거나 개설예정지 주변 해안가 중 절경이 빼어난 곳에는 전원주택을 짓는다든가 별장을 짓는다든가 해서 파헤쳐진 실정이고보면 향후 군정이 개발논리에 합세하게 되면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할 강화지역내 수려한 자연경관이 급속도로 파괴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강화군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러브호텔 신축허가를 단 한건도 내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극히 다행스런 조치다.

실제 강화군은 지난 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숙박업소에 대한 더이상의 건축허가는 강화도의 이미지만 더 훼손시킨다는데 중지를 모으고 숙박업소 설치를 사실상 제한하는 지침과 조례안을 제정했다.

95년 숙박시설 규제처리 지침을 마련한데 이어 98년 7월에는 ‘준농림지역내에서 숙박업을 설치하고자 할때는 도로로부터 50m 후퇴한 곳에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준농림지역내 접객업 등 설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 결과 과거 임명제 단체장시절에 건축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12건이 건축허가 취소됐으며, 이 가운데 건축허가 취소에 불복해 민원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6건이 승소했고 패소했던 6건도 허가 취소됐다.

강화군의 러브호텔 원천봉쇄는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만이 개발로 인한 이익보다 크고 거시적 차원에서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각광받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해 준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강화군이 민선단체장 취임 이후 단 한건도 러브호텔 신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언론으로부터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러브호텔 신축허가를 받지 못한 숙박업자들이 앞서 언급한데로 정부의 규제완화조치에 편승해 농가를 싼값에 구입한 뒤 민박집으로 개조, 이곳을 일반 숙박업소와 똑같은 시설을 갖추고 영업하고 있는 사례가 상당수 있는 실정을 감안해 이를 퇴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종만 기자 kjm@kgib.co.kr

<김선흥 군수 인터뷰>

“러브호텔 허가 반려로 곤혹을 많이 치렀지만 조상들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경관의 추가 파괴를 막아내는데 앞장선 것은 저를 믿고 군수로 뽑아준 7만 군민에 대한 도리일 뿐입니다.”

김선흥 군수로부터 소신있는 향후 군정방향을 알아본다.

-초대 민선 강화군수로 부임한 직후부터 러브호텔 신규허가를 원천봉쇄 한 배경은.

▲취임 당시 강화에는 여인숙을 제외한 숙박업소가 80여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상태였고 관선군수 당시 받은 건축허가 건수도 상당히 많아 이를 신축하도록 방치할 경우, 충절의 고장이자 역사 문화의 보고인 강화도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건축허가를 지속적으로 반려하게 됐다.

-반려한 건축허가 대부분이 숙박업 설치에 법적 하자가 없었는데도 이를 불허처분하는 과정에서 받은 외압이나 로비는 없었나.

▲섬지역 특성상 얼굴을 아는 숙박업자들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도 왜 설치허가를 내주지 않느냐며 하루에도 열두번씩 따져 묻고 게중에는 욕지거리는 물론 협박, 회유까지 하는등 이루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그렇지만 7만 군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군수로서 다수 군민에 이익이 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유혹이나 협박도 물리치는 것만이 내고장 강화를 보호할 수 있다는 심정에서 군정을 펼쳤던 것이 지금 돌이켜 볼때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군정방침은.

▲민선군수로 취임했을 당시의 마음으로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 전시행정을 과감히 배격하고 7만 군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주민, 봉사행정을 펼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며, 고장의 이미지 훼손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어떠한 개발정책도 단호히 배격할 생각이다.

/고종만기자 kj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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