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수출전진기지 부푼꿈 개성공단 가다

200×년 8월8일 개성시 판문군 평화리일대에 조성된 제1공단내 S섬유공장 대형 굴뚝에선 연기가 힘차게 피어오르고 있다.

섬유, 신발, 전자 전용공단 안에 입주한 공장들이 24시간 3교대로 쉴틈없이 분주히 가동되고 있다.

한 섬유공장 하치장에는 근로자 10여명이 수출용 원단 재료를 나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으며 공장내부에선 남북한 근로자들이 어우려져 생산라인에서 쏟아지는 제품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또한 전자회로 연결부품인 단자와 콘덴서를 생산하는 K전자내 출고장에는 10여대의 트럭이 이 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송하기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트럭들은 이내 봉동역으로 이동, 기다리고 있던 인부들에 의해 열차에 옮지고 열차는 오전 9시 출발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열차는 힘찬 기적을 울리며 이내 남쪽으로 내달음질치고 있다.

차창밖으론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밑자락에 나드막한 집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지난 50여년간 끊겼다가 복원된 경의선철도를 따라 화물을 실은 열차는 1시간 30분만에 서울역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개성은 과거의 30만명규모 영세한 수공업도시에서 탈피, 경공업분야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복합공업단지로서 세계적인 수출 전진기지로 발돋음했으며 송악산 자락에 유서깊은 고려 개성의 유적과 자연환경이 한대 어울러져 한국을 이끌어가는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현재의 개성

고려 500백년 도읍지 개성은 북한 제3의 도시로 평양에서 고속도로로 190㎞, 서울에서 78㎞ 떨어져 있어 한반도의 중앙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개성은 행정상 직할시로 편재돼 있으며 개성시, 판문군, 개풍군, 장풍군의 1개 시 3개 군으로 구성돼 있다.

개성직할시는 면적이 약 1천288㎢이며 중부해안에 위치한 휴전선과 접해 있는 북한 최남단 도시.

개성직할시의 중요산업은 방직과 식료공업을 꼽을 수 있다.

개성방직은 비단, 광목, 옥양목 등의 섬유사와 직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이며 인삼주를 비롯한 각종 인삼가공품이 개성의 특산품이다.

◇개성경제특구 개발계획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해안공단개발합의로 개성은 이제 남북경협의 전초기지로 부상하면서 분단 50년만에 작은 통일이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개성공단은 중국의 심천경제특구를 모델로 경제관광특구로 개발된다.

현대는 전체사업부지 2천만평 가운데 ▲1공단을 2001년까지 사업비 3천억여원을 들여 100만평 규모의 시범공단을 완공하고 ▲2공단(2002∼2004년) 300만평 ▲3공단(2005∼2008년) 400만평을 단계적으로 완공할 계획이다.

1공단에는 남한에서 설비를 이전하기 쉽고 공장건설기간도 짧은 신발·섬유·전자 등 경공업위주로 정했다.

전자업종의 경우 우선 전자회로 연결부품인 단자와 콘덴서, 발전기용 철심코어 생산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2공단은 자동차부품·기계·전자·컴퓨터 업종을 유치하며 3공단은 기반시설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자동차조립·정보통신·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분야로 확대해 복합공업단지로서 세계적인 수출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2000년 11월말 현재 공단입주희망업체는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전자공업협동조합 등 450여개 업체에 이른다.

현대측은 개성공단 건설이 끝나는 2008년에는 1천2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연간 16만명의 고용창출과 200억달러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의미

남측과 세계적인 업체들의 자본 및 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투자된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차원에서 이뤄져왔던 이제까지의 남북경협에 새로운 장을 여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건설을 통해 공단조성과 운영에 따른 인건비, 원부자재 판매수입 등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유발효과가지 포함하면 북한이 얻게될 이익은 매우 클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련업체들은 통일대교∼개성간 남북도로연결과 함께 서울∼평양간 철도가 내년 9월 개통되면 중국횡단철도(TCR)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돼 한반도가 중국과 유럽지역으로 연결되는 동북아 중심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경협에는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하는 윈-윈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이면서 환경친화적인 사업계획과 구상을 가지고 경협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

북한내 공단조성의 기본조건은 공단운영에 관련된 법적·제도적 장치의 확보이다.

경제특구로의 지정과 투자보장, 해당기업의 자율경영보장 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투자가가 원하는 형태의 기업설립, 재산권의 등록과 양도, 생산·판매·운송 등 기업활동의 자율성 확보, 투자승인 및 통관절차, 반입 및 반출절차 간소화 등 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도 해결해야 한다.

남북 당국자가 공동으로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청산절차, 직거래 방안마련 등 법적·제도적 보완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98년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이후 상당부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무차원 법규는 미진한 실정이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시 재원조달문제다.

초기단계 경협을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의 확충과 통일국채 발행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본격적인 자금소요가 예상되는 2001년부턴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을 둔 획기적인 예산확보조치가 요구된다.

이밖에 물류비 절감방안이나 관련 정보 공유체계확보 등도 남북경협에서 중요한 해결과제가 될 수 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민족통일연구소 소장)는 “남북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시범사업인 개성공단사업의 경우 재원조달문제, 국민정서문제, SOC 구축 등 해결해야할 선결조건들이 산재해 있는 상태로 이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익모델이 나와야만 할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개성공단사업의 성공적인 결과는 결국 남북한의 경제권을 확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돈기자 sd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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