畿甸문화의 융성 다시 일구자

문화와 지식이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 21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1년 새해는 ‘지역문화의 해’이다. 그동안 이른바 ‘중앙’으로 일컬어지는 서울로만 집중돼온 문화향수의 기회를 지방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일단 고무적이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미술의 해’ ‘문학의 해’ ‘연극의 해’ 등 여러 분야를 지정, 진흥사업을 편 결과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새해를 ‘지역문화의 해’로까지 지정한 이유는 지역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그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여유있고 윤택하게 영위케하는 정신세계의 윤활유다.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생활기반인 지역의 자연적·역사적·사회적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환경과 생활양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기 위한 활동의 소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경인지역은 ‘기전(畿甸)문화’를 형성한 독특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문화의 해’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일찍이 기전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인천, 북한지역의 개성 일원을 가리키는 한반도의 중심부였다.

삼국시대에 백제 500년, 고려 500년, 조선이후 오늘날까지 600여년간 한국의 수도를 둘러싼 지역인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발상 지역이었다.

경기·인천지역 문화창달에 앞장서온 경기일보가 2001년도 주제를 ‘신(新) 기전시대 열린다’로 정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이다. 때마침 경기도가 21세기 동북아 중심의 세계경쟁시대에서 경기지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문화사업에 중점을 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문화산업 육성책의 첫 시발점으로 ‘디지털 아트 하이브’, 즉 문화예술자원을 디지털화해 집약시켜 놓은 공동지원센터를 추진하기 위해 부천시를 대상지로 선정한 것을 비롯,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과 활성화, 그리고 사이버 문화관광, 사이버도서관 구축 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사업가운데 수원의 화성 성역화, 남한산성 복원, 양주 회암사지 복원계획 등은 단순한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차원을 넘어 도민들의 자긍심 제고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특히 이천·여주·광주를 도자벨트로 연결해 올해 8월10일부터 10월28일까지 80일간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개최하는 세계도자기엑스포 등은 지역문화의 해를 맞은 경기도의 역점사업이다.

이제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위성도시, 또는 수도권이라는 지칭이 적어도 문화예술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기전문화가 부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을 위하여 경기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경기도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기전문화는 서울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문화, 개성있는 문화전통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융성했던 기전문화가 부활되어 수도권이 아닌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보, 한반도 중심의 문화체계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 육성은 지역문화 예술인들이 당연히 중심에 서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크다. 미미하기 짝이 없는 문화관련 예산을 앞으로 특별예산을 짜서라도 대폭 늘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개최되는 행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종래의 문화예술을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대상에서 문화를 소재로한 상품과 더 나아가 문화산업으로까지 육성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획일화된 문화제 행사와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고 마는 형식적인 예술제 등은 지양해야 된다. 지역문화의 해에 기획된 행사가 2002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열려야 하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아무쪼록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와 인천이 가장 향토적인 문화사업을 펼쳐 나가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가장 향토적인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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