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프로복싱과 70년대 프로레슬링으로 시작된 한국 프로스포츠는 80년대초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스포츠 시대의 장을 활짝 열었다. 여기에 97년 프로농구가 가세하며 ‘빅3’ 인기 구기종목이 프로스포츠 발전에 가속을 붙이게 됐다. 또한 프로야구만 출범 당시부터 지역연고제(프랜차이즈)를 택했으나 90년대 중반들어 축구와 농구가 지역연고제를 정착시키며 경기도는 4개 프로축구 팀과
프로농구 2개팀, 프로야구 1개 팀이 둥지를 튼 ‘프로스포츠의 메카’로 자리하게 됐다. 이에 경기일보는 신년을 맞아 ‘한국프로스포츠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도의 프로팀 현황과 문제점, 앞으로의 전망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경기도 연고의 프로팀 현황
현재 경기도에는 수원 삼성블루윙즈와 안양 LG치타스, 성남 일화천마, 부천 SK 등 4개 프로축구 팀과 프로야구의 현대 유니콘스, 프로농구 수원 삼성썬더스, 안양 SBS스타즈 등 모두 7개의 프로구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는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이상 10개구단), 프로야구 8개 구단을 모두 합한 28개 구단 가운데 25%가 경기도에 연고를 두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축구의 경우는 절반 가까운 팀이 경기도에 정착해 있어 경기도가 프로스포츠의 높은 흥행성을 보장해주는 시장임을 입증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미 프로화의 길을 가고있으나 아직 지역연고제를 택하지 않은 여자프로농구와 1∼2년내 프로화를 목표로 하고있는 남자 실업배구까지 가세할 경우 경기도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10개를 넘을 전망이다.
4개팀으로 가장 많은 프로축구의 경우 수원에 연고를 두고있는 삼성 블루윙즈는 지난 95년말 창단 돼 불과 4년만에 정규리그 2연패를 포함, 지난 99년 4개 전 대회를 석권하며 명문팀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고, 96년 안양에 둥지를 튼 LG 치타스는 98년 FA컵 우승과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으로 국내 명문구단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지난 82년 창단돼 96년 부천시로 연고를 확정한 SK 축구단은 연고지 이전 첫해 아디다스컵 우승과 새천년 대한화재컵 우승으로 부천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지난해 천안에서 성남으로 본거지를 옮긴 일화 천마축구단은 비록 2000년도에는 무관을 기록했으나 프로연맹에서 주관하는 전대회에서 상위에 올라 90년대 중반 정규리그 3연패를 기록했던 옛 명성을 재현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인천을 연고로 삼다가 지난해 수원으로 이주한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는 구단의 투자를 바탕으로한 안정된 전력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년만에 정상에 등극, 당초 계획을 바꿔 수원에 장기간 머무를 계획이다.
현대가 당초 서울 이전을 유보하고 수원 정착을 가시화한다면 관중 동원이나 흥행에서 프로축구 보다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한 프로농구의 수원 삼성과 안양 SBS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삼성은 정규리그에서의 상승세를 몰아 첫 정상등정을 예고하고 있고, SBS 역시 안양체육관 정착에 때맞춰 새 천년 첫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다.
◇프로팀 경기도 집중 요인
이처럼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팀이 경기도로 집중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에는 프로스포츠의 골간인 흥행성과 무관하지 않다.
거대 도시인 수도 서울과 근접해 있는 데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이 불과 1시간 거리에 산재해 있어 각 종목별로 스포츠 매니아들을 흡수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또 프로스포츠단의 모기업들이 대부분 경기도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 고정팬 확보가 용이하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팀들과의 원정경기시 이동이 원활한 데다 현실적으로 각 팀이 전용 경기장을 건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해서 쓸 수 있는 경기장이 많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밖에 ‘체육웅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프로스포츠의 젖줄인 수많은 학교 팀이 육성되고 있어 선수 수급에 큰 이점을 안고 있으며 수원, 안양, 부천, 성남 등 프로팀이 연고를 맺고 있는 도시들이 신도시 개발 등으로 스포츠를 관전하고 즐길 수 있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프로스포츠 집중에 한 몫을 하고있다.
◇프로구단과 자치단체의 관계
프로스포츠 구단이 특정 도시에 연고를 두고 활동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지방 자치단체와의 관계다.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형편상 자체적인 흑자운영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전용경장의 건설과 훈련장 확보, 각종 행사를 치르며 아직까지는 자치단체의 시설과 행정력이 절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또 자치단체 역시 지역에 인기스포츠의 프로구단이 정착해 있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득은 물론 시민들에게 있어 큰 자랑거리이며 자치단체 홍보에도 더이상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축구 선진국인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이 세계적인 명문구단들로 인해 전세계에 지역의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의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등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프로구단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권위의식과 경기장 장기임대 등에 애로를 겪고있어 연고지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프로구단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과감한 투자와 팬 사랑이 과제
국내 프로구단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까닭으로 인해 일부 대기업에 소속된 구단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투자에 인색하다.
프로스포츠가 기업의 홍보와 이미지 제고, 흥행에 목적을 두고 운영되는 만큼 단기적인 눈앞 이익을 바라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고지역 팬들로 부터 사랑받는 구단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
경기장 시설은 물론이고 스포츠 선진국처럼 경기가 열리는 날 외에도 항상 구단, 선수, 팬이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일본처럼 프로팀의 훈련장 또는 합숙소에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주내에서 팬과 만날 수 있는 휴게실을 마련, 지역의 팬과 팀이 항상 가까이 할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팬들은 수준높은 관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스스로가 앞장서야 한다.
연고팀에 대해 수준높은 경기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만연된 ‘공짜표’ 추방에 앞장서야 하며, 경기의 승패를 떠나 프로다운 경기를 펼쳤을 때 성원을 보내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선진의식이 요구된다.
‘프로스포츠의 메카’로 자리하고 있는 경기도의 스포츠 발전은 팬을 중시하는 구단의 노력과 연고 구단을 아끼고 성원하는 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잘 조화를 이룰 때 명문구단을 보유한 지역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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