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없는 세상을

“한국인들은 대부분이 정치·경제·북한문제 전문가들이다.” 어느 미국인의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80년대 일본 신문의 서울특파원 가운데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놀랍다”고 말한 기자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해도 정치얘기를 꽤나 많이 한다. 해방직후의 좌·우익 충돌, 자유당 독재, 유신정권, 신군부정권, 3김정치등이 그렇게 만들었다. 태평성대가 없었으므로.

경제문제 역시 이 몇년 사이에 국민의 적극적 관심사가 됐다. 민초들은 평소 별로 듣지 못했던 IMF(국제통화기금)란 말이 초등학생의 귀에까지 못이 박히도록 널리 쓰이기 시작하더니 근래엔 ‘감자’란 말이 대중화됐다. 웬만한 지식인들조차 용어공부를 안하면 신문기사를 제대로 읽지 못할만큼 경제전문 용어가 생활화 되다시피 한다. 국민들 저마다가 떼밀려 전문가가 돼가고 있다. 경제불안의 심화가 여전하므로.

남북관계 관심은 6·15 이후 갑자기 더 심해졌다. 북한이 어떠니, 통일이 어떠니하는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갖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돼간다. 대북관계에 국민의 출혈이 지나치므로.

이는 국민들이 그만큼 더 많은 걱정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걱정을 하고, 경제걱정을 하고, 대북관계걱정을 하다보니 전문가 아닌 전문가 소릴 외국인들에게까지 듣고 있다. 긍정적 측면보단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은 사회위기 현상이다.

국민들은 저마다 본업이 있고 전문분야가 따로 있다. 정치걱정, 경제걱정, 대북걱정 같은 것은 안해도 되는 세상이 돼야 한다. 올해는 제발 민초들이 자기일만 걱정하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국가사회가 돼야 할텐데, 그렇게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또한 걱정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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