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경기>강촌 동아아파트 입주민들

고양시 일산구 마두2동에 있는 강촌 동아아파트. 일산 신도시 가운데 최초로 개발된 시범단지로 지난 92년 입주, 현재 720가구 3천여명의 입주민이 살고있다. 입주민들은 자부심은 서울 강남 부촌의 아파트 못지않다.

삶의 애환을 담은 소식지를 통해 동고동락하는 입주민들의 모습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부러워 할 정도다.

주민들 동정에서 부터, 백일장은 물론 아파트 살림살이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나누는 속에 입주민들은 어느덧 불협화음을 모르는 이웃이 됐다.

이같은 ‘동아 한마당’을 일궈내기까지는 발행인 송주선씨(56)과 편집장인 김석천씨(56)의 눈물어린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난 98년 10월20일 창간한 ‘동아 소식지’는 3년여동안 월간으로 발행, 삭막하고 공허한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너와 내가 아닌 우리모두의 생활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자는 꿈을 안고 입주민들에 다가갔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냐” “재원은 어디서 충당하느냐”등의 이유로 비아냥과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거렸다.

이에따라 송씨는 4페이지 소식지를 만드는데 사생활을 포기, 하루 4시간을 꼬박 바쳤고 소설가인 김씨는 작품을 뒷전으로 한채 구청과 시청 등을 일일이 방문, 기사게재를 요청했다.

또 인근 상가 등을 찾아다니며 1만∼2만원 정도의 광고게재를 허락받아 소식지 발행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했다.

칼럼 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글이 문제였다. 소식지를 완성하기 까지 1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주민들의 원고가 없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린이의 작품은 줄을 이었으나 주부들의 글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주민들이 하나 둘씩 아파트 소식지를 통해 생활 불편이나 하고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으면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청탁하던 원고에 대한 걱정은 말끔히 씻었다.

‘동아 한마당’은 면별로 특화돼 있다.

1면에는 아파트 주요행사와 일산의 주요이슈를 전하는 소식마당 , 2면에는 시청, 구청에서 실시하는 강좌 등을 소개하는 문화마당, 3면에는 입주민 어린이들의 동시와 독후감, 수필 등을 싣는 어린이 글마당, 4면에는 아파트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게재하는 생활마당 등 매우 다양하다.

‘동아 한마당’이 유명해지자 요즘 들어서는 인근 아파트에서까지 소식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주민들과 입주민 대표들이 찾아온다.

여기에 아파트 관리업체인 율산개발(주)이 난방비 절감과 외부에 맡겼던 각종 공사 등을 자체해결하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 관리비를 대폭 낮춰 인근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7만여원 낮아졌고 이같은 사실은 소식지를 통해 입주민들에 공개됐다.

이에따라 여느 아파트와 달리 관리업체가 공사업체와 결탁,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잡음이 전혀없으며 인근 부동산에는 이 아파트만을 고집하며 전세물건을 부탁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동아 한마당’을 발행한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우여골절을 겪었지만 매월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발간, 지상(紙上)을 통해 관리비와 입주민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실어온 덕분에 주민들 뿐 아니라 신도시내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상가의 광고도 꾸준히 늘어 현재 600여만의 적립금도 만들었다.

또 입주민들은 좋은 아파트 만들기 모일을 만들어 지상(紙上) 공간 뿐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백일장, 체육대회 등 각종 모임을 가졌다.

이후 아파트 단지 대청소, 불법주차 추방운동, 불편사항 신고 등의 활동을 통해 살아있는 아파트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와관련 송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일산 신도시 103개 아파트 단지를 비롯, 총 203개 공동주택 대표들의 모임인 일산 신도시 입주자 대표회의로부터 쾌적한 아파트 생활공간을 가꾼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발행인인 송씨는 “적립금이 천만원대에 이르면 불우이웃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며“우리 아파트 개념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해야할 것 하지않냐”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98년 이 아파트에 자리잡은 이은경씨는 “아파트하면 보통 개인적이고 도시적이잖아요. 저희는 안그래요”라며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송씨는 “이제는 동아한마당을 통해 불신과 단절된 대화의 벽을 허물었다”며 “이에따라 주민들은 공동생활의 참맛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산다”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인터뷰>

이웃간에 벽이 없는 아파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파트 소식지인 ‘동아 한마당’ 발행인 송주선씨를 만났다.

소식지를 만들면서 가장 어렸웠을 때는 언제인가 생각해 본다. “지난 98년 창간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재원 충당 문제와 ‘소식지 만들어 봐야 작심삼일 아니겠냐’며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고…. 그러던중 소설가인 김석천씨를 만났지요. 그때 기쁜 심정은 말로 못합니다”.

문제는 동아 한마당 4개면을 채울 원고.

“1면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트 관련 칼럼과 한달동안의 이슈를 발굴, 게재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의 글이 없어 애간장도 많이 태웠어요. 어린이들의 동시나 독후감 등 작품이 힘을 주었지요”

이웃간 벽이 쌓여있다는 아파트에서 매월 한차례 발간하지만 3년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발행했다. 과연 그 저력은 어디 있었을까.

“입주민들의 생활과 바램을 솔직하게 다뤘지요. 아파트는 개인의 생활 공간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고 만나는 주민들마다 설득했죠. 결과가 좋았어요. 관리비 내역등 모든 것에 대해 지상(紙上)을 통해 투명하게 게재했죠. 모두가 좋아하더군요”

동아 한마당에 대해 인근 아파트에서 보는 시각도 곱지 않아 마음 고생도 많았다. 그러나 소식지 발간으로 보란듯이 600여만의 적립금도 모았다.

“앞으로 적립금이 더욱 쌓이면 결손가정이나 불우이웃 등 소외계층을 도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저 혼자 결정할 것은 아니죠”

입주민들의 희노애락을 담아온지 3년이 흘러 내년 6월께 입주자 대표임기를 끝내면서 ‘동아 한마당’발행인의 자리도 놓게된다. 그동안 개인사업과 소식지 발간으로 잠시 소홀했던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즐길 계획이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