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청소년 過소비

신용카드 발급자격 연령이 만18세로 완화되면서 갖가지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10월 재경부의 신용카드 발급자격 완화조치 이후 신용카드사들이 고3생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카드를 경쟁적으로 발급, 대금 결제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들의 과소비와 탈선을 부추겨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화폐경제에서의 지불수단으로서 보관상 위험부담이 큰 현금을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신용을 바탕으로 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화폐보다 편리하고 진보된 결제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상거래 결제방법의 발전적이고 편리한 제도가 왜곡되어 미성년자들의 구매양태를 과소비로 흐르게 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대금 결제능력도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못된 소비성향을 부추기는 것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최근 부모 모르게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고는 연체대금을 부모에게 독촉하는 카드회사에 대한 고발건수가 인천 YMCA등 고발센터에 하루 10여건씩 접수되는 사례가 보여주듯 청소년에 대한 카드남발은 이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학생들에게 장삿속으로 신용카드가 남발돼 학생수준으로는 과분할 수 밖에 없는 비싼옷을 순간적으로 구입한다든지 유흥비로 수십만원을 아까운 줄 모르고 카드로 결제했다가 결국 부모들이 변제하게 돼 물의를 빚고 있다. 신용카드가 없다면 안해도 될 구매행위를 손에 쥔 신용카드가 결국 분별없이 과소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충동구매와 과소비 행태는 일부 학생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용카드회사들이 학생과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까지 찾아가 경쟁적으로 카드를 발급해주고 학생들 또한 당장 현금이 없더라도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이같은 풍조가 일반 학생들에게도 급속도로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소비자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신용카드가 청소년의 과소비와 탈선을 부추기게해서는 안된다. 관계당국은 결제능력없는 청소년들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근로청소년을 위해 카드발급연령제한 완화가 불가피하더라도 결제능력 없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얻는 등 규제가 엄격해야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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