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천막밑으로 들어가 구경하던 추억 한자락을 간직한 어른들이나 막연히 동경의 대상이었던 어린이들의 서커스 공연이 수원에서 열린다.
국내 최고의 서커스단 동춘곡예단(단장 박세환)이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오후 1·4·7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화려한 공연을 갖는다.
허장강 서영춘 심철호 남철 남성남 이봉조 백금녀 등이 거쳐간 동춘곡예단은 어렵고 힘든 시절 서민들의 시름을 씻어준 청량제 역할을 했다.
1927년 목포에서 처음 창단된 동춘곡예단은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의 인기 서커스단이었다. 당시 활동무대가 좁았던 가수, 배우 등 예술인들이 텔레비젼이나 영화관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무대기도 했다.
잘 나가던 때는 동춘곡예단 식구가 250여명이 넘던 때도 있었지만 1970년대 들어 텔레비전에 밀려 쇠퇴기를 거치면서 현재 50여명으로 줄었다.
몇년 전에는 전통 곡예단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지원은 온데간데 없고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전통기예를 면면히 이어온 자부심과 문화사적 의미를 함께지닌 서커스는 우리 것을 그리워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이번 공연은 동춘곡예단과 중국국립기예단이 함께 어우려져 마술, 접시돌리기, 외발자전거, 맘보, 촛대묘기, 집단체조 등 단골 기예를 비롯해 15가지의 화려한 묘기들을 선보인다.
특히 3m 높이의 깃발을 가지고 8명이 펼치는 화려한 깃발재주는 단연 압권이다. 이밖에 둥근 원통에 판자를 올려 높고 아슬아슬하게 접시 등을 머리에 올리는 ‘맘보’, 180cm의 높이의 외발자전거에서 펼쳐지는 접시돌리기도 선보인다.
박춘상 한국곡예예술 단장은 “텔레비전 등에 밀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국을 순회하면서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장년층이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줄 때 보람을 갖는다”며 “지금처럼 노인정이나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불우한 이웃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2)824-5034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