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즈델 목사

약 5년전인가. 그 무렵에 개봉된 ‘쉰들러’란 영화가 있었다. 제작사, 감독, 주연배우등 이름은 잊었지만 미국영화임은 분명하다. 쉰들러는 독일사람 이름이다. 2차대전이 한창인때 독일군을 상대로 군수품장사를 했다. 돈버는 일이라면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던 쉰들러가 인간애에 눈을 뜬 것은 유태인들이 대량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나서였다. 죽음의 현장으로 끌려가는 벌거벗은 유태인들 가운데 남자는 멀리 성기까지 노출됐으나 혐오스럽기보단 처참한 장면이 리얼리티하게 연출된 명화였다. 쉰들러는 이토록 불행한 유태인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빼돌려 살려내기 위해 독일군 장성들에게 번 돈을 다 털어 뇌물로 바친다. 쉰들러는 실존 인물의 실화다.

50년전 한국전쟁판 쉰들러로 불리는 러셀 브레이즈델씨(91) 방한이 무척 감동적이다. 전쟁 당시 미공군중령으로 군목이던 그는 전쟁고아 1천여명을 미군 당국에서도 불가하다는 것을 끝내 설득시켜 제주도로 무사히 피란시킨 전쟁고아의 아버지다.

그제는 반세기만에 양주군 장흥면 한국보육원을 찾아 황온순원장(101세·여)을 비롯 30여명의 전쟁고아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진데 이어 어제는 고양시에서 역시 전쟁고아들과 해후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벌써 60대를 바라보는 전쟁고아 20여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재회의 감격을 나누고 스님이 된 황병진 장안사주지(고양시 일산구 풍동)는 큰 절을 올렸다고 본지기사는 전한다. 그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은 당시의 전국 전쟁고아들을 다 만날수 없겠지만 치열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국에 꽃피운 인간애는 아마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미 아흔을 넘긴 브레이즈델 목사가 방한한 것은 생전에 전쟁고아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직접 보고 싶어서이겠지만 전쟁고아들 역시 다시 보고싶었던 여간 고마운 은인이 아닐수 없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은인이다. 전쟁은 인간을 추하게 만든다. 인성을 잃게 해 자신만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사악해지기 쉬운 것이 전쟁이다. 이런 가운데서 인간애를 살린 박애정신은 쉰들러 이상이다.

우리는 그의 방한으로 전쟁의 참화와 사람이 더불어사는 인간정신에 다시 한번 일깨움을 받는다. 브레이즈델 목사의 남은 여정이 아무쪼록 편안하고 귀국후에도 하느님 뜻을 이루는 여생이 되기를 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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