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자금 특검서 밝혀야

연초부터 불거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이 정치권을 계속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강삼재(姜三載)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조사가 여의치 않아 불구속 기소하고 또한 법무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국고환수를 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여야간의 끊임없는 소모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29일 있은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진상을 밝혀야 된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제기되어 정국이 더욱 어수선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안기부 예산이 96년 제15대 총선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자들에게 1천여억원의 거액이 지원되었다면 이는 국기(國基)를 흔드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자금으로 둔갑되었다면 이를 지시한 당사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되며 또한 사용된 자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하여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물론 강삼재 의원도 안기부 자금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통치자금의 일부이니, 또는 제15대 대선시 사용된 선거자금의 잔여분이니 등등 여러 가지 설이 많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심지어 강의원은 정치자금 문제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공언하면서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니 결국 실체 파악 없이 정치적 공방의 지속 속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많다.

여하한 경우에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문제는 밝혀져야 된다. 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정치권은 이로 인하여 큰 수렁에 빠짐은 물론 여야관계가 정상화되기 힘들다. 더구나 이 사건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은 대단하다.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여야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또한 검찰에 대한 시선 역시 결코 곱지 않다.

안기부 자금 전용의혹 문제는 과거에 있었던 정치자금 사건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정치자금이란 이유로 흐지부지된다면 검찰은 물론 여야는 국민들로부터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 특별검사제라도 도입하여 실체를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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