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열대와 한대의 중간지역이어서 세계적으로 드물게 많은 철새들이 머물거나 지나간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겨울철새는 오리류, 고니류, 두루미류 등 모두 116여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 겨울 철새들은 중국 동북지방과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 동안 번식과 새끼 키우기를 마친 뒤, 혹한이 몰아 닥치는 겨울이면 생존을 위해 따뜻한 남쪽나라로 내려온다. 그러나 봄이 되면 다시 번식지인 북쪽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철새들은 그 먼 거리를 한 치도 틀리지 않고 방향을 잡아 날아간다고 한다. 낮에 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경우, 자신들의 생체 시계속에 내장돼 있는 정보로 빛의 방향을 판단하여 자신들이 날아갈 방향을 정한다는 것이다. 밤에 주로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자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또 철새들은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여 이동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개 철새들의 장거리 이동은 남북 방향을 따라 이루어지고 있으며, 철새들이 지구 자기(磁氣)를 감지하여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실제로 비둘기의 머리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 1㎜×2㎜의 자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겨울철새들이 지금 한국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들의 서식지가 파괴·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이면 찾아오던 유명한 낙동강 넓은 하구의 을숙도주변은 하구언댐과 빌딩, 도로 소음, 공해때문에 매년 철새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경남 창원 주남 저수지도 온갖 큰 공장들이 들어서 아주 찾아오지 않거나 과거에 비해 줄어 들었다. 4∼5년 전만 해도 주남 저수지에서만 장관을 이루던 가창오리 무리들도 충남 서산 천수만으로 옮기더니 그 곳에서도 살수 없는지 2∼3년전 부터는 전남 해남 황산면 바다갯벌을 막는 고천암 간척지 호수에 날아온다는 소식이다.

철새가 찾아오지 않는 환경은 인간도 살기 힘들게 된다. 그러나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에 다시 청둥오리가 찾아온 일은 신기할 정도이다. 철원 평야에서 펼치는 두루미들의 군무도 장관이다. 그동안 환경·시민단체들이 기울여온 눈물겨운 노력의 대가이다. 4일 입춘이 지나면 철새들은 다시 북쪽으로 서서히 떠날 것이다. 겨울철새들이 다시 한국으로 날아오도록 환경보호와 습지생태계 보전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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