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13일로 예정돼 있는 지방4대선거를 2∼3개월 앞당기자는 조기실시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월드컵축구대회 때문이라는 이유는 당치 않다. 국내에선 내년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10개도시에서 열린다. 10개도시가 갖는 대회준비가 선거와 겹쳐 소홀할 것으로 보는 조기선거론은 이유가 될수 없다. 월드컵축구대회가 아무리 국제적 이벤트라 하여도 10개도시 행사때문에 전국의 도시가 정해진 국가행사일정을 바꾸는 것은 형평에 위배된다. 또 지방선거무렵이면 이미 대회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월드컵때문에 유권자들의 선거관심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기우다. 선거는 선거고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선거에 관심도가 낮으면 그 이유는 딴데 있을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권이 굳이 지방선거를 조기실시하려는 진짜 이유엔 정치적 이유가 발견된다. 민주당 당헌이 규정하고 있는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려는 속셈인 것이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늦추어 김대중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막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 혼란이 밀어닥칠 대통령후보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지방선거 조기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정치편의에 의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임기만료 3∼4개월전에 차기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선출하면 그로써 오는 혼선과 후유증은 실로 막심하다. 이같은 폐단을 예상치 못할 터가 아닌데도 지방선거일자 변경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방자치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조기론을 제기하다 못해 이젠 특별법을 만들어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자고 하는 지방선거 지연론이 민주당내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가소롭다.
법과 원칙은 주관이 아니고 객관적 판단이다. 집권의 주관에 의해 법과 원칙을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내년 지방선거는 더 말할 것 없이 예정대로 제 날자에 실시돼야 한다. 지방선거가 월드컵축구대회와 겹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지됐던 사실이다. 이제와서 새삼 이를 빌미삼아 법정 선거일을 기피하려는 것은 국가행사를 당리당략화한다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한나라당도 내년 5월 전당대회를 의식, 아직은 조기실시에 꼭 반대하진 않은 분위기인 것 같으나 행여 동의하는 것으로 당론이 결론나면 여당과 함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월드컵축구대회를 빙자해 법정선거일을 어거지로 변경하면 국제사회에까지 회자꺼리가 되는 조소 또한 자초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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