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완성한 대우차를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가져가 부품으로 해체, 현지 공장에서 재조립해 마치 자동차를 새로 생산해낸 것처럼 위장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에 대한 보도내용의 한 대목이다. 그의 은행대출, 재산도피등 수조,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비리를 듣다보면 기업인이 아니고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 일각에선 그룹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당시, 그래도 한동안 경제에 기여했던 공로를 생각해 일말의 동정심을 가졌던 것이 철저히 배신당한 기분이라고들 말한다.
‘김우중’을 놓고 보면 재벌개혁이 왜 필요하고 재벌은 왜 해체돼야 하는가를 실감나게 한다.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에도 도산되는 은행이 있고 망한 대기업이 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은 책임을 진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도산되면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머리를 깊이 조아려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망한 기업의 사장 가운데는 자살을 하기도 했다. 사죄가 능사일 수 없고 자살이 미화될 수는 물론 없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낭비하고도 뻔뻔스런 우리네 은행장들, 기업을 망쳐 근로자들 임금을 떼어먹고도 당당한 우리의 일부 기업인들에 비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한국경제와 일본경제의 차이, 그것은 한국에선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살고’ 일본경제는 ‘기업이 망하면 기업인도 망한다’는 기업정신의 차이점이라 할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곧 전형적 한국형 악덕기업인이다. 갖가지 사기행각으로 국내경제와 대우근로자들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해외도피시킨 달러로 호사스런 외국 은거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렇긴 하나, 아마 지금쯤은 그 많은 훔친 돈도, 남부럽지 않은 호사에도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공신이던 그가 한국의 경제역적으로 변신된 것을 보면서 생각되는 것은 ‘제2·제3의 김우중’이 또 없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정신 차려야 하지만 재벌 기업인들은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이 알아주는 부, 시장이 인정하는 부를 추구하지 못하는 재벌은 결국 언젠가는 그 마각을 드러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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