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수호포기를 선언한 시화호는 1987년 4월 첫 삽을 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화성군으로 연결되는 12.7㎞의 방조제 축조는 대역사였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준비없이 7년만에 완공된 시화호는 민물을 가두면서부터 썩기 시작해 중금속 오염투성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두환, 노태우정부에서 김영삼정부를 거쳤다. 지금에 이르러 결국 담수호를 포기한 결단은 예상됐던 일이어서 이해는 한다. 그렇긴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어 영 개운치 않다.
담수호 가운데 유람선이 떠돌고 시화호 물은 농·공업용수로 쓰겠다던 당초의 청사진이 얼마나 허황했던가를 실감한다. 방조제건설비만도 6천220억원이 투입되고 수질개선에 2천79억원이 들어갔다. 무려 8천299억원의 국민들 혈세를 쏟아 붓고도 결과가 이 모양이다. 해수호가 돼도 방조제건설에 따른 경제적효과가 살아 있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은 듣기 좋은 말일뿐 아직 실효가 없다. 앞으로 시화호 주변 개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해양자연사박물관, 물류기지 등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좋은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긴 하지만 투자비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 관리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시화호개펄은 1994년의 COD 5.2ppm에서 한동안 26ppm으로까지 악화됐다가 얼마전부터는 6ppm으로 회복돼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여름철이면 수위를 낮춰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펄이 장기간 노출돼 개펄의 생태계가 위협당하는 위험은 계속 상존한다. 방조제 축조로 전래의 자연생태계는 이미 파괴됐지만 새로운 생태계 생성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장차 후대의 환경재앙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화호사업의 실패는 이처럼 환경문제에 중차대한 교훈을 일깨워주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시사해준다.
사전사후 검증이 없는 주먹구구식 대단위 국책사업의 시행착오는 이제 시화호로 끝내야 한다. 한푼의 달러라도 벌어들여야 할 실정에서 무책임한 국책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막심한 내부 손실을 입히면서 국토이용에 훼손을 가져오는 것은 반국가사범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면 세간의 현저한 과실에도 상대의 손해에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현저한 과실에도 국민에게 손배책임을 지는 마당에 정책입안의 현저한 과실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정의 문란이다. 더는 국책사업에 국정의 문란이 없는 책임의식이 발현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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