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회고록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DJ 비자금’ 문제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이회창총리 파면설’에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비자금은 DJ정부의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태정씨가 YS 밑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을때 수사를 유보했던 사건이다. 김씨는 “사건을 수사하면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 (대통령) 선거를 못치를 것 같았다”고 유보이유를 후일담으로 술회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지금 YS가 말하는 것과 거의 같다.

DJ는 그러한 검찰총장(김태정)을 눈여겨 두었다가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했다. ‘비자금’ 혐의가 성립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지만 (정치인치고 정치자금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어떻든 수사를 안받게 된게 당시 DJ로선 고마울 것은 인지상정이다. YS는 회고록에서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민주당은 ‘법적대응’을 말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도 무척 불쾌한 심기를 노출시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회창)총리가 헌법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행사를 주장, 대통령인 YS와 사이가 나빠졌다는 얘기는 다 아는 일이지만 그 표현이 사실일지라도 듣기 거북하게 돼 있다.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해 한시간쯤 혼내주고 내보는데 나가면서 출입문을 제대로 못찾더라’는 식이다. 원래 회고록이란 참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자화자찬의 과장이거나 남의 험담일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사실도 꼭 밝혀야 할 것이 있고 공연히 밝히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법적대응’이란 것도 공허하다. 배포금지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런 것이 나왔구나’하고 접어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다. 정치권이 지나치게 살벌하다. 좀 화날 일도 웃고 넘어갈줄 아는 대범함이 아쉽다. 뭣하면 발끈하고 신경질적 반응을 드러내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그리 좋은 것이 못된다. 해학과 기지와 여유가 있는 정치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영국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은 1953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보기 좋고 듣기 좋으면서 할말은 다 하는 그런 ‘회고록’을 우리는 정녕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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