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류 환경호르몬 놔둘건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굴 홍합 등 어패류가 선박 페인트용으로 쓰이는 환경호르몬인 유기주석화합물(TBT)에 오염됐다는 조사보고는 충격적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구리 안산 수원 안양 등 도내 4개 농수산물시장에서 굴(34건) 홍합(24건)을 수거 조사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인체에 유해한 TBT가 검출됐고 TBT의 분해물질인 DBT도 17건 검출돼 환경호르몬에 대한 감시 및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사결과를 보면 굴에서는 모두 TBT가 0.4∼0.01㎍/g 검출됐다. 또 홍합에서도 모두 0.2∼0.01㎍/g의 TBT가 검출됐고 DBT는 6건에서 0.049∼0.009㎍/g 검출됐다.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불리는 환경호르몬 TBT가 어패류에 미치는 영향은 해수중 농도가 0.2 이상일때 암컷에서 수컷의 생식기가 자라는 암수교란현상이 나타나고 성장이 느려지며 종내는 폐사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더욱 놀랍고 무서운 것은 TBT가 사람의 정자 수를 줄이고 성장억제·생식이상·면역력 저하 등을 초래하는 독성물질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생명체의 종(種)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와 있을 정도다.

이처럼 무서운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어패류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당국의 대응자세가 소극적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염된 어패류의 폐기처분은 물론 해수의 오염원 제거등 방지대책을 당장 세워야 함에도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있으니 소비자들로서는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시중 어패류가 TBT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은 국내 선박업체들이 미·영·캐나다 등 외국에선 이미 사용 금지된 유기주석 함유의 선박 방오제(防汚劑)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TBT함유 선박 방오제의 경우 우리는 엄격한 사용규제 장치가 없음은 물론 TBT의 권장기준도 아직 없는 상황이니 한심한 일이다. 당국은 당장 환경호르몬에 대한 감시 및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환경호르몬 분야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선진국에 비해 원시적인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취하고 있는 당국의 이같은 소극성은 책임있는 정부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하루속히 국가차원에서 선진국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오염유발 물질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등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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