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이 여성미를 살려주는 것일까. 영국의 여성들이 성적매력등을 과시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다는 어느 신문보도는 흥미롭다. 옥스퍼드셔 시립병원 연구팀이 실시한 이 조사는 하이힐이 불편한 점은 있어도 바꾸지 않겠다는 여성이 놀랍게도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리는 근세 개화기에 하이힐을 ‘뾰죽구두’라고 했다. ‘뾰죽구두’는 멋쟁이 신여성의 상징이었다.
알고보면 ‘뾰죽구두’는 서양의 전족(纏足)이다. 중국에서 당나라 말기부터 시작돼 청말에 금지된 전족은 여성의 성장기에 발을 피륙으로 감아 크지 못하도록 했다. 성인이되면서 뒤뚱거리며 걷는 걸음 걸이로 섹스의 매력을 키우고자 하는 남성취향의 잔혹한 풍속이었다. 하이힐은 비록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외형의 매력포인트는 전족의 원리와 거의 비슷하다. 일본인들 여성은 八자 걸음을 여성의 부도로 강조해 지금도 그렇게 걷는것을 미덕으로 알고있다. 이 역시 전족이나 하이힐의 매력포인트와 일치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좀 다른 각도에서 강조하였다. 여자가 앉을땐 발뒤꿈치로 포인트를 강조하는 것이 규방문화의 교습이었다. 행세깨나 하는 양반집안의 규방교습에서 발뒤꿈치 좌세를 가르친 것은 시집가서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한 딸의 장래를 배려한 것이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게 성적 매력이 강조된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이를 추하게 보거나 여성비하로 여기는 것은 절대적 위선이며 가식이다.
때마침 섹스심벌의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가 하버드大 성교육센터 설립을 위해 1천250만달러(16억원)을 기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폰다는 “우리는 여전히 여성과 남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에대한 연구기금으로 사재를 쾌척했다.
여성운동가로 활약해온 그녀가 거액을 희사한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내용이 너무 빈곤하다. 심지어 남녀의 원초적 자태마저 남녀차별로 왜곡하곤 한다. 여권을 위해 거액을 기증하는 것만이 여성운동의 능사는 아니지만 우리의 여성운동도 좀더 남성동등의 실체에 접근하는 고차원으로 승화되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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