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교육열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대개 취학 전 4세무렵부터 시작된다. 영아교육을 주장하며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 극성스런 젊은 어머니들도 있지만 보통은 학습지로 한글공부를 시킨다.

글자와 숫자 공부를 같이하는데 한달에 10∼20만원 정도 든다. 6세가 되면 거의 유치원에 가는데 시설과 교육내용에 따라 20만원∼100만원선이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4세 때부터 한글외에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많다. 거기다가 피아노 바이올린 수영 태권도 등 예체능을 추가로 가르치면 아이의 한달 과외교육비는 웬만한 월급쟁이 월급을 훌쩍 뛰어 넘는다. 오전엔 동네 유치원을, 오후엔 1주일에 3회씩 영어와 피아노학원 등에 다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어머니들은 임신을 하면 태교에 정성을 기울이고 아기가 태어날 때쯤 되면 정상아이기만을 기원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자식을 얻은 기쁨에 건강하게만 자라도록 바란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욕심은 한없이 부풀어진다. 옹알이만 해도 아이가 말을 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아기 엄마들을 그래서 귀여운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이웃집 아이보다 숫자와 글을 조금이라도 일찍 깨친다 싶으면 대개가 “ 우리 아이는 천재인가 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소위 ‘ 영재학원 ’이라는 곳은 학원응시료만 해도 10만원을 웃도는데도 신청자가 쇄도한다. 학원비가 월 수십만원인데도 수백명이 대기중이라니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영재인 모양이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을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확대한 유아대상 과외공부는 음악, 스포츠 종목과 같은 특수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 시기에 과도하게 문자 교육에 노출된 아이일수록 학습 스트레스로 초등학교 진학 이후 학습 능력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한다.

기능과 학습 위주의 인지교육은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학대라고도 할 수 있다. 어린 묘목에 비료를 너무 주면 고사하는 것 같은 이치와 마찬가지다.

한글과 숫자 터득 정도는 요즘 아이들은 하도 영리해서 어머니가 집에서 잠간씩만 가르쳐도 금방 깨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공부를 가르치는 정다운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태도 아쉽지만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소팔고 논 팔아 교육시키고 가장의 월급과 맞먹는 과외비도 아깝지 않게 여기는 한국의 교육열은 알아줘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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