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남북관계가 미궁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관급회담 무기연기이후 벌써 3주째 감감 무소식이다.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구성 무산등 좋지 못한 것 뿐이다.

이래서인지 김정일국방위원장 답방에 매달리던 정부도 이젠 5월 이전엔 불가능한 쪽으로 가닥을 잡고있다. ‘최고인민회의’, ‘태양절’, 러시아 방문, 장쩌민 중국주석의 방북, ‘인민군 창건일’등 일정이 잡힌 4월이고 보면 정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4월답방은 안될것으로 짐작못할바가 아니다. 안그래도 김대중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한 서운함, 부시 미국행정부에 대한 불만등이 증폭된 판이다. 이판에 ‘넘어진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대로 느긋하게 애를 태우며 시간벌기를 한들 손해볼게 없다는 것이 북측의 속셈일 것이다. 초조한 것은 우리 정부측이다. 달러와 물질을 퍼준것은 말할것 없고 북측 기분을 상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눈치를 보아 왔는데도 이모양이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눈치보기로 말하면 북측의 인권문제엔 아예 눈을 감고 있는것이 정부입장이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탈북여성들이 2천∼5천위안(元)에 팔리고 있다. 우리 돈으로는 28만∼56만원이다. 양 1천300위안, 말이 2천위안, 소가 4천위안이니 사람이 가축값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탈북여성들이 자그마치 30만∼50만명으로 국제사회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탈북자 인권회의등 국제사회의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언반구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국의 체면이 아니다. 국내에 정착했던 탈북자 유태준씨가 지난해 6월 아내를 데려오려고 북에 잠입했다가 들켜 처형됐는데도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한다. 우리의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 북에서 처형됐는데도 보호하기는 커녕 국민이 아니라는 식으로 쉬쉬하고 있는 판이다.

남북관계에 이처럼 돈과 물건 말고 쓸개도 간도 다 빼준것은 오로지 민족화해의 냉전종식을 위해서다. 그런데도 북측 군사력은 더욱 막강하게 남진배치 돼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김일성주석의 유고가 없었던들 진즉 열렸을 일이다. 이 정부의 전매특허만은 아니다. 북측의 처분만을 항상 기다려야 하는 남북관계의 장래가 어떻게 진척될 것인지 몹시 걱정된다.

/白山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