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도권 정비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1997∼2011년)을 수립 추진해오던 것을 돌연 중도 폐기하고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1∼2020년) 수립을 위해 국토연구원에 개발계획 용역을 의뢰함으로써 주요 정책이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이후 84년부터 1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해오던 수도권정비계획이 이처럼 시행중에 폐기된 것은 몇년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의 소치다. 국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의 중·장기계획이 상황변경에 따라 내용 일부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계획기간 초기에 이를 폐기하고 전면 수정하는 것은 주요정책이 애초부터 잘못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부의 정책 기획능력을 의심케 한다.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수도권정비정책의 수정을 주장하고 이를 주시해온 우리로서는 정부가 이번 수도권정비계획을 수정하게 된 동기를 보면서 또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경기·인천지역 개발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이번 전면 수정계획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내세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억지주장을 수용함으로써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가
이럴진대 수도권개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정비 규제완화에 대해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생떼로 그 계획이 무산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산자부와 건교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이 그렇고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외국자본의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허용하는 개정안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국가의 주요 핵심정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자체의 억지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앞으로 정부가 어차피 수도권정비 중·장기계획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칠 생각이라면 차제에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체를 폐기하고 대체법을 제정하는 문제를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국제경쟁력 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마땅하다. 세계화·지방화가 가일층 성숙되는 시대여건에 맞게 규제 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을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점을 유념하면서 수도권 중·장기 개발 계획을 새로 짜야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