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2일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한·일 문화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던 시간에 호텔로부터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시내 중심부에서 일본 우익단체들이 차량 20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차량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차량에 장착한 확성기를 통해 “ 한국은 독도에서 나가라 ” “ 재일한국인 지방참정권 반대 ”등 구호를 내지르며 군가를 불러 뉴오타니 호텔 주위는 난장판이 됐다. 그래도 일본 경찰은 호텔로 돌진하는 것만 차단할 뿐 시위자체는 방관하고 있었다.
소음규제법만 적용해도 걸릴법한 이런 행동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풍경이다. 일본인들에게 우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개는 ‘시끄러운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다. 그러나 이 ‘시끄러운 목소리’가 일본사회에 꾸준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문제가 간단치는 않다.
800여개 단체가 난립해 있는 일본의 우익은 그 뿌리와 계보가 하도 많아서 성격과 이념을 한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렵지만 메이지(明治)시대 국수주의에 뿌리를 둔 ‘본류우익’과 한반도 및 대륙침략의 선봉에 섰던 흑룡회에서 갈라져 나온 ‘행동우익’으로 이분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저지른 흑룡회는 노동조합·노동쟁의 파괴와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테러행위 등을 일상적으로 감행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무차별 학살에 앞장섰던 것도 바로 이들이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가끔씩 노골적으로 우익의 주장을 대변하는 ‘망언’을 터뜨리는 것은 우익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적 행위이다. 우익단체와 연결된 폭력단의 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오고 우익단체의 지지를 업는 것이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을 갖는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익은 이같이 정치권과의 긴밀한 유착을 통해 전후 일본사회의 전체적인 방향을 조금씩 오른쪽으로 틀어왔다. 그 결과물이 개헌 논의의 본격화와 자위대의 역할 확대이며 이번에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공식 통과한 왜곡된 교과서 만들기이다. 일제 군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 등에 대한 가해 사실을 없애는 등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만든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도 일본의 우익단체다.
일본정부와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우익단체와 비슷한 황국사관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대처는 물론 누구라 할 것 없이 한국인은 일본을 다시금 인식하고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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