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소년

지난 7일자 신문(본지4면)에 실린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 사진은 대통령취임후 가장 보기좋은 것이었다. 이여사가 청와대로 초청한 ‘피노키오 소년’애덤 킹군(9·한국명 오인호)의 손을 맞잡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 프로야구 개막전에서는 시구를 던져 관중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야구공을 던진 그 손은 당초 손가락이 오리발처럼 붙어있었다. 다리는 뼈가 굳으며 썩어 들어갔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다. 생명이 꺼져가는 아이를 1995년 양아들로 입양한 로스앤젤레스의 찰스 킹(48·컴퓨터엔지니어), 도나 킹씨(48)부부는 세차례에 걸친 손가락 분리수술과 다리절단수술 끝에 지금의 애덤 킹으로 키웠다. 불거진 광대뼈 움푹 들어간 눈부분은 귀엽다고 보기엔 좀 그런데도 얼굴에 가득한 해맑은 웃음과 표정은 마치 천사와 같은 아이다. 금속제 다리는 피노키오를 연상케하며 걸음걸이는 뒤뚱거려도 당당하다.

우리는 절망적 상황을 극복해내는 이 소년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케 한다. 동네 야구를 곧잘 즐기는 애덤 킹군의 희망은 화가라고 한다. 인형 피노키오가 고운 마음씨로 마침내 소년이 되길 바랐던 소원을 이룬것처럼 좋은 화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 그의 양아버지 찰스 킹씨부부를 통해 한없이 왜소한 자신을 발견한다. 잘사는 것도 아니다. 미국 중류의 가정이다. 그런 그가 우리가 외면한 이국, 이민족의 아이를 데려가 사람을 만들어 키웠다. “애덤을 멀리 보내고 가슴 아파했을 친부모의 고통을 이해한다”며 “그들에게 씩씩하게 자란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한 양아버지의 말은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을 말이다. 그는 이번길에 또 뇌성마비 장애아를 입양해갔다. 우리는 평소 장애인, 특히 장애아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다 알려진 얘기지만 되새김하는 뜻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킹군을 시구자로 초청, 역대 개막전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장식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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