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이 돋아나는 봄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 쬘때 아파트 거실문을 열면 짙푸른 농경지가 눈앞에 한없이 펼쳐진다.
답답한 도심에서는 결코 맛볼수 없는 순수한 자연을 맘껏 즐길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아파트 환경은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지난 97년 9월께 800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는 정책결정기관격인 입주자대표회를 비롯, 부녀회, 산악회, 축구회, 노인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주민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상대적으로 얼굴 모르는 이웃사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활방식 등으로 바로 옆에 사는 이웃의 얼굴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려하지도 않았다. 철저한 개인생활 중심으로 무관심이 팽배해져 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99년 9월께 입주민 대표자회를 중심으로 부녀회, 노인회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웃간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 보다 살기좋은 아파트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마음과 마음을 열어놓고 의견을 나는 결과 정월 대보름날 ‘동별 척사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드디어 디 데이.
한복을 곱게입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한두가족씩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준비한 가마니를 깔아놓고 ‘동별 척사대회’가 시작됐다.
“윷나와라, 윷이냐…” “어이쿠 도네”
선수들은 저마다 신중하게 윷을 던졌고 응원하는 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말이 나오면 박수를 치며 흥겨워 했다. 승패에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되는 순간이였다.
부녀회의 활발한 활동도 빼놓을 수없는 별미.
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부들로 구성된 막강 부녀회는 단지내 대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있다. 사계절 마다 풍물시장을 열고 그 수익금으로 미화원, 소년소녀 가장돕기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어 주위로부터 칭송을 받고있다. 또 매달 바자회도 개최, 헌옷 등 각종 물건을 내놓고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알뜰함과 검소함을 실천하고 있다.
이와함께 자율방범대도 자랑거리.
아파트 주민 3인 10조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는 아파트내 각종 질서유지, 차량 파손 등을 감시하고 있다.
이밖에 노인회는 서예교실을 열어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산악회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가까운 산으로 등반대회도 열 계획이다.
이제 입주민들은 외롭지 않다.
옆동에 사는 입주민의 숟가락이 몇개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아파트 벽을 허물었다. 특히 10여명이 예고없이 방문해도 집주인은 이들을 웃으며 맞이한다. 다과나 식사를 즐기며 아이들 키우는 얘기, 어제밤 드라마 얘기 등 1∼2시간 동안 허물없이 수다(?)를 떨며 주부 스트레스를 훨훨 털어내기도 한다.
에이스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아파트 주변을 꽃과 나무로 단장했다.
이른 아침부터 남녀노소 1천여명이 손에는 삽을 들거나 물주전자를 들고 단지내 주차장으로 모였다.
이날 오후까지 입주민들은 눈부신 벚꽃나무·불타는 듯한 빨간 장미·노란 개나리 등 3천800그루를 심어 아파트 주변은 꽃향기로 진동했다.
더욱이 도창초등학교측은 입주민 자녀중 4·5·6학년들에 한해 1일체험학습을 적용, 출석을 대신했다.
정(情) 넘치는 아파트를 만든 입주민들은 이사를 가지않는다. 어느 아파트도 이런 이웃 사촌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다.
입주민 대표자회는 내달 5월13일께 경로가족재롱잔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효부상, 장한 아버지 상 등 8개부문에 대해 시상식도 갖는다. 이어 오는 9월께도 주민화합을 위해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 이웃간의 정을 나눈다.
/김창학기자 c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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