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기강해이 걱정된다

일선 행정기관의 공직 기강해이가 심각하다.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사례들을 보면 위 아래 할 것 없이 흐트러진 모습들이 도를 지나쳐 매우 걱정스럽다. 일선 시·군에 정책감사 나간 도 본청 감사관실 직원들이 수감기관에서 마련한 만찬에 참석 푸짐한 저녁식사 대접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어떤 자치단체의 부시장은 부하 여직원 성추행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있으며, 어느 지자체에선 남자직원의 추근거림에 시달리다 못한 여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도지사가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본청 일부 과장들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자리에 돌아오지 않아 장시간 기다린 민원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이 집권 4년차를 맞아 공직기강 쇄신을

외치고 있는 중에도 이처럼 나사풀린 공직자들을 보게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물가가 들먹이기 시작했으며 실업률이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수출은 줄고 증권시장도 불안하기만 하다. 섣부른 의약분업 실시로 국민의 고통과 부담은 늘어만 가고 대형 건설회사들마저 휘청거려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난국에 정치권은 민생을 외면한 채 느닷없는 개헌공방과 소모적 정쟁으로 영일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오히려 한술 더떠 기강이 극도로 흐트러지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같다.

이제 공직자들은 이처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난국 상황에서 공무 수행자로서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며 국가기관의 근간으로서 본인들의 역량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자신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공직자에 대한 인식과 신뢰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에 걸맞는 품위와 신중한 언행이 요구된다.

종전 권위시대와는 달리 최근 공직사회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졌다고 해서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특히 오늘과 같은 혼란시국에서는 국가기반이 흔들리지 않게 공직자들의 투철한 상황인식과 역사의식이 요구된다. 난국에 처한 시점에서 공직기강확립은 행정책임자의 확고한 실천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일선 공직자들의 자기쇄신 노력과 충직한 임무수행 자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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