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이웃사촌>성남 한솔마을 4차주공

피붙이 이상이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2동 ‘한솔마을 4차 주공아파트’주민들은 말그대로 ‘이웃사촌’들이다. 답답한 콘크리트벽에나 갇혀있을 법한 ‘이웃사랑’은 한솔식구들에겐 당연함 그 자체. 메마른 회색도시에 커다란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한솔마을을 찾은 날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우리는 한 가족

17개동 1천651세대 5천여명의 주민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낸다. 한 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아파트 생활문화도 이제는 고전(古典)이 돼 버렸다. 매년 봄·가을엔 주민단합을 위한 ‘야유회’를 떠난다. 야유회를 통해 새로 이사온 가족들을 만나고 주부들은 다소 치기어린 ‘남편 흉’에 자식자랑까지 늘어 놓는다. 한참 늘어진 입담이 그치고 나면 친목도모를 위한 체육대회를 갖고 마을발전을 위한 격의없는 토론시간도 가진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는 곧바로 원활한 주민자치를 위한 제안으로 수용된다. 매달 1일은 ‘주민 대청소의 날’이다. ‘내집앞은 내가 깨끗이’한다는 생각에서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지난 겨울에도 ‘누가 먼저랄 것’없이 주민들 스스로 눈치우기에 나섰다. 이때문인지 단지 주변에는 그 흔한 쓰레기 하나 찾기보기 힘들다. 과거 ‘나는 나’로 대변되던 아파트 생활이 ‘우리’라는 공동체 생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웃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며 한 식구처럼 사는 한솔마을을 보며 회색의 ‘청학동 마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송소자 총부녀회장(50)은 “살기좋은 마을 조성을 위해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며 “한 가족처럼 지내며 이웃간 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한 아파트 관리구조

사람이 모이면 다툼이나 갈등 등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나 한솔마을에선 생소한 단

어로 치부될 뿐이다. 매년 1년치 회계년도 감사를 통해 감사보고서를 채택하고 투명한 재무상태를 공개한다. 일반 관리비를 비롯해 승강기 유지비, 전기료, 난방비, 청소·소독비 등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주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공증’을 받는 셈. ‘관리비 부과내역서’를 아예 책자로 발간, 주민회람을 시키기도 한다. 청소비는 얼마나 들었고 난방비, 전기료, 상·하수도 요금 등은 물론, 부녀회 기금 사용 내역서도 동봉해 투명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1기 결산때 생긴 잡수익 4천500만원은 현재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 놓았다.

모자라는 주차공간(세대당 0.7대) 확보를 위해 주차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이때문에 웬만한 아파트에서 비일비재한 주민간 주차다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비상시를 위해 관리사무소를 24시간 개방, 다양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와함께 50만원이상 물품 구입이나 공사 입찰시 공개입찰로 투명성을 확보한다.

특히 모든 공사에 대해 외주처리 방식을 지양하고 자체 인력을 동원해 처리, 연간 5천만원 정도의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매달 한번씩 입주자 대표, 통장단 및 부녀회장단 간담회를 실시, 건의사항을 받거나 마을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다양한 문화 복지생활

주민복지 증진과 각종 편의제공을 위해 단지내에 약수터를 설치,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정기적인 수질검사와 함께 환경정화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단지내 능골공원에 야외 화장실을 신축했는가 하면, 노인복지 증진을 위해 게이트볼 장을 설치,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아파트 박순덕 노인회장(72)은 “한솔마을이 노인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실버복지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통해 노인들의 소외감을 달래주고 활력도 불어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 집’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80여명의 어린이가 다닐 만큼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다. 여타 일반 학원에 비해 뒤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공간 마련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옥분 통장협의회장(52)은 “신세대 맞벌이 부부를 포함해 탁아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어린이 집을 운영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한솔마을측은 주민복리 증진과 생활편익 제공을 위해 각종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성남=정인홍기자 ihchung@kgib.co.kr

<인터뷰> -입주자대표회의 정경수 회장

“분당에서 두번째로 큰 아파트 단지지만 주민 갈등이나 별다른 민원없이 모두가 한 식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2동 ‘한솔마을 4단지’입주자 대표회의 정경수 회장(45)은 주민간 화합과 친목도모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평소 투명한 아파트 관리를 강조한다는데.

▲입주자들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아파트 관리구조가 필수적이다. 주민들이 낸 관리비를 어떻게 사용했고 전반적인 회계 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안다는 것은 당연한 주민들의 알 권리다. 이같은 투명한 회계구조를 통해서만이 주민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주민들 스스로가 ‘담장벽을 허물자’는 생각 아래 자발적인 단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달 실시하는 대청소의 날에는 주민 90%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특히 눈이 많이 온 지난 겨울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민들 스스로가 눈치우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보다 많은 혜택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생활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주민불편 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을 수시로 접수해 주민들의 애로 및 고충을 줄여 나갈 예정이며 무엇보다 ‘살기좋은 한솔마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좋은 일도 많이 한다던데.

▲개인적으로 소년소녀가장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다. 물질적인 도움도 좋지만 올바른 사회적응을 위해 주로 대화시간을 많이 가진다. 이와함께 교도소 출소자들의 자립 갱생을 도와주고 있으며, 은퇴한 목사님들이 모여있는 공주원로원에도 가끔 들르고 있다. /성남=정인홍기자 ihch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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