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 공금횡령 왜 이러나

요즘 일부 은행원들의 부조리 작태를 보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돈 1백40억원을 횡령한 금융사고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한빛은행 인계동지점, 소공동지점, 원주지점에서 일어난 3건의 사고 가운데 수원 인계동지점의 경우는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간부가 실제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가짜 내국신용장(LC)을 만들어 대출받는 수법으로 무려 67억3천500만원이나 챙겨 도주했다고 한다. 더욱 한심한 노릇은 여러차례에 걸쳐 수천만∼수억원씩 가짜 신용장을 만들어 돈을 빼내갔는데도 일일 감사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는 작년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발생한 아크월드사 불법 대출과 같은 수법이어서 은행의 내부감독 체제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또 지난 1999년 발생했으나 최근 인천지검에 의해 구속된 국민은행 석남동지점장 최모씨와 전 신용보증기금 부평지점 고객팀장 박모씨가 저지른 금융사고도 은행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의 부탁을 받고 타인명의로 노래방을 창업하는 것 처럼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한 사람에게 수억원을 대출해주고 사례비를 받았는가 하면, 모집책을 통해 무자격자 23명을 모집, 이들에게 대출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챘다니 결국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은행원들이 이렇게 금융사고를 저지르면 누가 은행을 믿고 이용하겠는가. 그렇찮아도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예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접어든 초저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최고 연 23%에 육박,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시대에 서민주머니 털기에만 정신을 쏟고 있으며 ‘은행이 사채업자 뺨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터에 은행 간부들이 공금 횡령하는데 혈안이 돼있고 부정대출 사례금 챙길 궁리만 하고 있다면 수많은 모범 은행원들이 당할 불이익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모든 은행은 이번 금융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아무쪼록 신뢰회복에 주력하기 바라며 당국은 허점이 있는 제도는 과감히 개선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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