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소득양극화 걱정된다

경제성장에 걸맞는 건전한 소비는 미덕이다. 적절한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늘고 경기가 살아남으로써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생활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관리체제 이후 지나치게 위축되었던 소비가 최근 일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의 소비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한쪽에서는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그대로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호화·과소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소비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지극히 바람직 하지 못한 현상이다.

고급음식점과 고가품 매장은 사람이 북적이고 중·대형 승용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호화 유흥업소는 예약 없이는 못가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서민 위주의 저가품 매장이나 일반 식당은 썰렁한 분위기다. 이같은 현상은 중산층의 몰락과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1·4분기 소비자동향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향후 경기·가계생활 형편·가계수입 등이 지난해 4·4분기보다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소비지출 계획도 늘려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다. 소비지출계획 지수가 전분기 96에서 107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고급음식점과 고가품 매장만 북적일 뿐 저가품 매장과 일반 음식점이 한산한 것은 몰락한 중산층과 도시 근로자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훨씬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생생한 반증일 수 있다.

중산층과 봉급생활자의 소비가 국내 총생산 증가에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소비위축은 곧 경제침체의 가속화·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는 주의깊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겨우 경제를 지탱해 왔던 수출 수요마저 감소추세로 돌아선 시점에서 소비행태의 불균형적 양극화가 지속된다면 투자나 생산활동의 정상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계층의 지나친 외제선호와 흥청망청 호화·과소비 만연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를 자극하고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계층간의 위화감을 증폭시켜 우리 사회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1차적으로 빈부 격차의 심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앞으로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지금 우리의 상태가 어떠한지 냉철히 분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세제도의 개선과 복지의 확충으로 소득 불균형을 시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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