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외면하는 스승의 날

오늘은 제20회 스승의 날이다. 예부터 스승의 은혜는 부모님의 은혜와 더불어 가장 값있는 사회적 존재로서 등장하였다. 더구나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교육을 통한 국가발전은 선생님들의 몫이었고 또한 선생님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유교주의적 문화가 담겨있는 한국사회에서 스승의 날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날이고 또한 선생님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보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스승의 날이 선생님의 은혜를 보답하는 날이기보다 오히려 선생님을 외면하는 날이 되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말로만 선생님의 은혜를 보답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선생님을 욕되게 하는 날이 되고 있으니, 과연 이런 스승의 날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차라리 스승의 날이라는 날짜를 정하지 말고 조용히 스승에 대한 마음속의 감사라도 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경기도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휴교를 한다고 한다. 제자들이 스승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꽃을 달아주고 간단한 선물을 주는 미풍양속은 촌지라는 괴물과 같은 망령 때문에 사라지고 이런 불미스러운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오늘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쉬는 것이 오히려 선생님들의 마음고생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휴교를 하였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선생님들은 물론 어린아이들도 어리둥절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스승의 은혜를 기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하여 휴교를 결정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유엔 인권위원회에까지 한국의 공교육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 않은가. 선생님을 개혁의 대상으로 알고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에 의하여 선생님의 자존심까지 무참하게 짓밟고 있는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선생님들이 긍지를 가지고 2세 교육을 할 수 있는가.

스승의 날이 더 이상 스승을 욕되게 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된다. 공교육의 틀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도 선생님의 자존심을 되살려 주어야 한다. 형식에 치우친 스승의 날 보다는 선생님이 사회의 사표(師表)로서 다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의식 전환을 해야 된다. 선생님들이 진정한 우리의 스승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 한국교육도, 한국사회도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될 것이다. 더 이상 스승의 날이 스승을 외면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