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잘못으로 또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33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의 대입전문 기숙학원 화재참사는 안전의식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어이없는 사고였다. 대형참사를 수없이 겪고도 아직 안전불감증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무딘 감각과 무책임이 한없이
통탄스럽다.
정확한 화인은 경찰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예지학원이 지난 91년 준공된지 4개월만에 5층옥상에 지은 창고용도의 가건물을 교육청의 시설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강의실로 불법사용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옥상 가건물이 강의실로 사용되고 있는것은 인근 주민들도 알고있는 사실임에도 시설점검을 벌였던 관계기관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9월 등 두차례나 소방점검을 실시한 하남소방서가 ‘이상없음’의 판정을 내렸으며, 이에앞서 7월에 실시한 광주교육청의 학원운영 실태 점검에서도 위반사항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문제의 예지학원은 행정당국의 감시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각(死角)의 건물이었다. 대형사고의 이면에는 언제나 관계당국의 눈가림 행정과 허술한 감독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수없이 경험한 우리는 이번 사고에서도 또 한번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개조한 강의실에는 소화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비상구도 없었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있는 등 문제 투성이었다. 불이 나자 자율학습 중이던 학생들이 유일한 대피로인 출입구를 통해 빠져 나가려 했으나 출입구가 불길에 휩싸여 퇴로없는 강의실에 갇혔다가 유독가스에 질식, 많은 사상자를 냈다. 학원교사가 발화초기에 먼저 학생들을 긴급대피 시키지 않고 먼저 소화장비를 가져오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것도 잘못이었다.
한마디로 행정당국의 직무태만, 그리고 소방장비와 안전의식 및 대피조치가 모두 실종된 무방비가 자초한 대형참사였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내 엄중 문책 해야한다. 소방점검에서 왜 적합판정이 내려졌는지, 가건물 불법개조를 묵인 하지는 않았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대한 재점검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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